오늘 아침에 출근하기 전 집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꾀꼬리 같은 목소리가 갑자기 들리더군요
"저기요.. 죄송한데요..."
돌아보니 아담 귀염 애교 스탈 여자분이 절 애처롭게 부르고 있더군요
물고 있던 담배를 던져버리고 최대한 멋있는 모습으로 대답했죠
"무슨일이신가요 아름다운 숙녀분!"(이랬으면 상황종료 였겠죠ㅡ.ㅡ)
"예?"
"정말 죄송한데요 제가 팔이 안 닿아서요.."
그 여자분은 텅 비어있는 대형일반폐기물 수거통 커버를
세 손가락으로 잡고 쩔쩔매고 계셨습니다
안에 들여다보니 갈색 봉투가 떨어져 있더군요
"제가 저걸 실수로 빠뜨렸는데..."
제기랄 잘못걸렸네요 ㅠ
그래도 어쩝니까 제가 안 도와드리면 그 분은 출근시간 내내
쓰레기통만 붙잡고 계실 태세였습니다
그런데... 제 팔 역시 결코 길지가 않습니다 ㅠㅠㅠ
까치발을 들고 냄새나는 쓰레기통에 고개를 처박으니
손가락 두개가 봉투에 닿습니다
어...어어.. 어!!!
손가락 두개고 봉투를 집다가 내용물이 와장창~~
아침부터 재수 옮붙었네요
이젠 제 책임이죠
쓰레기통을 앞으로 약 30도 가량 기울이니
지갑이나 전화기가 들어있을법한 파우처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아니요.." 별로 웃을기분은 안났지만 억지로 웃어드린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분 아직도 거기 서 계시네요
"더 꺼내셔야 하나요?"
"아니요 우산이 저기 있는데 저건 그냥 버릴께요ㅠ"
다시 쓰레기통과 씨름할 마음이 1도 없었던 전 그냥 도망쳤습니다
그 여자분은 우산이 아까웠겠죠 그래도 할 수 없죠
우산을 꺼낼 여건이 안됐으니까요...
우산을 잃은 것이 아깝고 슬프더라도 누굴 탓 할순 없습니다
애초에 봉투를 빠트린게 잘못이죠.. 네..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