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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아내의 채팅-상
발리찬하루

나와 아내의 채팅-상 





 

난 아내와 결혼한 지 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경제력? 괜찮다. 난 대기업 부장이고 아내는 작은 옷 가게를 하고 있는데 수입이 내 월급보다 많은 듯하다.

 

적금통장도 아내 거와 합쳐 10개가 넘는다. 그렇다고 생활에 부담이 가진 않는다.

 

그 정도 경제력으로 살고 있지만 요즘 들어, 나는 고민이 많다.

 

많다기 하기보단 한가지 고민이 여러 문제를 발생시키는 듯하다.

 

2년 차가 되다 보니 아내와 잠자리 문제로 자주 다툰다.

 

피곤하니까 건드리지 말라는 말로 시작해서 나를 점점

 

멀리하는데. 바람이라도 난 건가 하는 걱정도 들기 시작한다.

 

 

 

난 성욕이 왕성하다. 미칠 정도로....

 

각설하고, 근간 회사에 일이 넘쳐났다. 외국 지사에 있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로 흡수될지 모른다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그래서 야근이 잦아지고 집에 일찍 들어가는 횟수도 줄어들고 있다.

 

당연히 아내와의 잠자리는 꿈도 꾸지 못하는데 간혹 기회가 되면 항상 아내는 "피곤하니까 건드리지 마." 딱 잘라 말하고 등 돌아 잔다.

 

 

 

아주 쿨쿨~ 잘 주무신다. 바람피우고 싶다. 용기가 없어 못 피지...

 

술집 가서 돈 뿌려가며 뇌 없는 여자들이랑 충분히 바람 필 수 있지만 뭐랄까..

 

양심? 말도 안 되는 그녀와의 혼인 선언이 가슴에 걸려 그러지 못한다.

 

그러다 그녀와 전화 통화의 횟수도 줄어들고 대화의 창이 닫쳐버릴 때쯤.

 

 

 

"김 부장, 아내와 요즘 대화 좀 해?"

 

 

 

우리 회사 이사님이 물어보신 질문이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신경 안 쓰면 바람피워."

 

"흐흐. 단속해야죠."

 

 

 

싱거운 농담으로 끝을 내곤 한다. 그렇지만 마음에 그 말이 계속 걸려 왔다. 불안해지기 시작하면서. 초조...

 

 

 

"전화 통화는 자주 하고?"

 

"이틀에 한 번?"

 

 

 

이사님의 질문에 대답하고 나니 나 자신도 한심했다.

 

 

 

"좋은 방법 하나 알려줄까?"

 

"뭔데요?"

 

 

 

묘수가 있다는데 마다할 수 없었다.

 

 

 

"손가락 좀 움직이나?"

 

"네? 에이.. 제가 나이가 몇인데 아직까지..."

 

 

 

나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피식 웃었다.

 

 

 

"나이가 무슨 상관이야? 대화하는데."

 

"그래도 그렇지. 제 나이에 자위를 하는 건... 좀..."

 

 

 

그러자 이사님이 박장대소를 하신다. 그러더니...

 

 

 

"하하하하.. 자네 너무 웃기는군. 손가락 좀 움직이냐고 하는 건 컴퓨터 타자 좀 치냐고 하는 거지. 무슨 자위?"

 

"헛."

 

 

 

순간 전신에 전기가 흐르며 등에선 땀방울이 약간 피어났다.

 

 

 

"채팅해보라고."

 

"아... 네.... 네?"

 

"회사에서 야근하면 아내한테 미안하잖아. 그러니 바쁜데 일일이 전화하면서 현재 상황 보고 할 수도 없고. 채팅하면서 대화해보라고. 변태 부장님."

 

 

 

젠장... 변태라니...

 

그 말을 듣고 괜찮은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와 어떻게 채팅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때...

 

 

 

"부장님, 네이트온 좀 하세요. 업무 좀 편하게 보게."

 

"네이트온?"

 

"요즘 그런 SMS 많이 사용하고 하는데 업무 추진력을 위해 부장님이 협조 좀 해주세요."

 

"그거 하면 업무능력이 올라가?"

 

"그럼요, 서로 대화도 하고 필요한 파일도 주고받고. 좋지 않나요?"

 

"서로 대화?"

 

 

 

빙고! 그러고 보니 우리 마누라가 집에서 컴퓨터 할 때 네이트온이라는 것을 실행하고 했던 기억이 났다.

 

회원 가입한 뒤 네이트온을 내려받고 친구 등록하는 방법을 직원에게 설명 듣고 어렵게 마누라와 전화 통화하고 이메일 주소 받고.

 

뭐 이런 작업을 한 뒤, 드디어 나는 유일한 친구로 아내가 등록되었다. 대화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어느 날. 늦은 저녁쯤.

 

 

 

띵~

 

 

 

불독 : 여보~

 

불독 : 마누라~

 

불독 : 내 사랑 마누라~

 

 

 

대화를 신청했는데 대답이 없다. 전화하고 싶다. 답답하다. 미치겠다. 채팅 힘들다....

 

그렇게 5분 후.

 

 

 

지겨워 : 뭐야? 오늘도 야근해?

 

 

 

아내에게서 대답 글이 왔다.

 

 

 

불독 : 응. 뭐 하고 있어?

 

지겨워 : 대화명이 왜 불독이야. 난 집이지.

 

불독 : 그렇구나. 밥은?

 

불독 : 나랑 닮았잖아. ㅎ

 

지겨워 : ㅋㅋㅋㅋㅋㅋ

 

불독 : 야성적이지 않아? 카리스마 있고?

 

지겨워 : 밥은? 웃기시네. 카리스마는 무슨...

 

불독 : 난 당신의 애완견. 딸랑딸랑.

 

지겨워 :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시지?

 

아내는 타자가 빨랐다. 이런 젠장할.

 

불독 : 밥은 먹었고요, 지금 일 마무리 중. 그런데 피곤하네.

 

지겨워 : 대화 그만하고 빨리 끝내고 들어오기나 해.

 

불독 : 난 당신을 정말 사랑해.

 

- 지겨워님이 대화방에서 나가셨습니다. -

 

 

 

살 맛 안 난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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