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9월의 잊지못할 기억
당시 난 교내에서 이름 대면 일반인들도 알만한 연합 동아리 성격의 써클 임원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특목고라는 곳에서 3학년은 그 특성상 일반적으로 써클활동을 자제하는 편, 아닌 자제를 강요받는 편이었고,
나 역시 얼굴마담(?) 격의 역할로서 감투만을 갖고 있을 뿐, 실제로는 뒷방 마님과 별 차이가 없었다.
연합 동아리 성격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집안을 통해, 신앙이란 것을 통해, 친구에 친구를 통해 엮이다 보이 타 학교 써클 임원들이라 해도 남여를 불문하고 모르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렇다 보니 꼭 써클 핑계가 아니더라도 함께 모이는 자리가 많았고, 의견 조율에 있어서도 대립보다는 조정이라는 과정이 눈에 띄게 많다 보니 모두가 또래에 비해 스스로가 성숙하다는 건방진 생각을 가져보기도 했다.
생각이 이러하다보니,
대부분의 고딩들이 1년을 기다리는 것 이상으로 축제에 대한 써클의 자신감과 기다림은 큰 것이었으며, 그에 비례해서 노력과 준비 또한 커져만 갔다.
드디어 9월 중순 축제 일정이 잡히고, 비록 입시라는 저항할 수 없는 현실 앞에 발목이 잡혀 있기는 했지만,
너 나 할 것 없이 임원 모두가 고딩시절의 마지막이란 생각에 틈틈히 2학년들에게 조언을 하곤 했다.
당시 내가 다니던 학교는 야간 자율학습을 의무적으로 일괄 시행하였기에, 야자 이후에 간신히 1시간 정도의 모임을 가질 수 있을 뿐이었고 그것은 체력적으로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때문인지는 몰라도 난 며칠 전부터 몸살을 앓아야만 했고, 다른 건 어찌되었던 좀처럼 가라않지 않는 미열로 인해 두통을 안고 있어야만 했다.
그러는 순간에도 고딩시절 마지막 해라는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고,
3학년 모두가 "마지막"이란 단어를 되뇌이는듯 바쁜 가운데 주말에 모임을 위한 짬을 내어 보기로 했다.
토요일 저녁, 타 학교 써클 남여임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안부, 진행과정, 그리고 스스로만의 노하우를 함께 나누다 보니 어느 덧 토요일의 해가 저물어 시계는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사실 시간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장소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청소년들만의 공간은 사회란 곳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존재한다 하더라고 그걸 인정하는 부모가 얼마나 있겠냐만은...
우리처럼 할 일(?)은 있으나 갈 곳 없는(?) 또래 고딩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대학가에 위치한 까페 내지는 호프가 대부분이었고, 우리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무리 건전한 척(?) 하더라도 술집은 술집일 수 밖에 없고, 그 곳에 들어갔으니 술을 먹는 것은 당연한 일있었다.
아마, 먹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더라도 누구가 한 번 쯤 겪을 법한 그 잘난 사춘기적 우쭐함으로 인해 그 상황을 애써 비켜가려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술을 잘 하던 못 하던, 500cc 맥주잔은 하나, 둘 늘어만 갔고, 테이블에 엎드린 친구들은 없었지만 조금씩이나마 눈에 초점을 잃은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집안 분위기가 보수적인 편이기에 평일 학교 생활을 제외한 다른 날에 있어 나의 귀가 시간은 7시 였다.
동절기는 6시...
지금 생각해보면 그걸 한 번도 어긴 적 없던 내가 기특하고 신기하기만 할 뿐이다.
물론 특별한 일이나 보호자(?)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되었다.
그 날, 집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8시를 가르키고 있는 벽시계를 볼 수 있었던 것도, 앞서 이야기한 집안을 통해 엮여 있는 타 학교 남학생들의 지원 사격(?)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며 그들은 나의 나름대로의 일탈을 자축하며 부담스러운 건배를 외쳐댔다.
어쨌든 벽시계가 계속 돌아가는 것과 동시에 나 역시 미열과 알콜기운으로 난생 처음 느껴보는 묘한 나른함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여름을 향해가고는 있지만, 아직 일교차가 심한지 긴소매 폴로 티 밑으로 한기가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집밖에서 마셔본 맥주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간다.
아니면 미열로 인해 먹었던 아스피린의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어..? 혜정이 깼나보다.."
"그러길래 빨리 하라고 했잖아..!"
(빨리 해? 무엇을 빨리 하라는 거야??)..
... 라는 생각과 함께 눈이 떠지며 보이는 캄캄한 하늘과 멀직이 떨어져 있는 가로등을 보며 내가 어느 길가 건물 옆에 누워 있음을 알았고 동시에 잘 접혀진 박스 위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꺄~악~~!!!"
놀란 마음에 소리를 내지름과 동시에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몇 명의 사람과 그 뒤에 또 다른 몇몇의 그림자를 보았다.
난생 처음 보는 동네.. 하지만 인적도 없고 무엇보다 거주지역 같지 않은 음산한 분위기...
처음 보는 얼굴들...
무서웠다...
또한 그리 친하진 않았지만, 집안을 통해 알게 되었고 타학교이지만 같은 연합써클에 몸 담고 있기에 서로 안부와 지나가는 이야기 정도는 나눌 수 있었던...
그리고 오늘 저녁 자유를 엊을 수 읶게 했던 그 남학생들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 날 두려움에 떨게 했다.
"혁아! 왜 그래.. 이러지마.. 나 무서워.. 흑흑"
"............."
"왜 그래.. 흑흑..."
그들은 내가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손으로 입을 막을 뿐, 아무런 나의 말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꺄~악~!!"
내 옷이 벗겨지기 시작한다.
마치 아주 잘 짜여진 계획이 있었던 듯, 일사불란하게 모두가 달려 들어 나의 사지를 붙잡은 채 나를 세상에 처음 나온 모습으로 만드는데에는 아주 잠깐의 시간만이 필요했다.
팔을 겉어 올렸던 긴 팔 티셔츠, 샤넬라인보다 조금은 긴 청스커트, 흰색 양말, 새하얀 피트니스화, 그리고 브레지어와 팬티...
내 몸에 남아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의 사지는 여전히 남자들에게 붙잡혀 있었고, 나와 알고 있던 한 명이 내 가슴을 쥐어짜다시피 하며 내 몸위로 올라탔다.
"아..악..흐..흡..!"
실제로는 입도 누군가의 손에 의해 막혀 있었기에 있는 힘을 다해 지를 비명은 한 여름 귓가를 맴도는 모기 소리보다 조금 컷을 뿐이다.
내 몸에 올라온 놈은 곧바로 자신의 심벌은 나의 다리 사이에 밀어 넣고자 안간 힘을 쓰고 있었다.
경험이 전무한, 또한 분비물도 없는 나의 그 곳이 그 남자의 상징을 받아줄리 만무했고, 남자가 움직이면 움직일 수록 나의 고통은 커져만 갔다.
주위에서 키득거림과 무언가 몇 마디가 들려 왔지만 내 귀에 그 말이 들어올리 없었다.
그러기를 몇 분...
불에 데이는 것과 같은 뜨거움과 동시에 고통이 다리 사이에 느껴졌다.
"아..악..!!으으..윽..읍..!!!"
남자는 그 때부터 미친 듯이 움직여댔다..
"으...윽...읍...아악..!"
난 생전 처음 느끼는 고통에 몸부림 칠 수 밖에 없었다.
"혜정아.. 가만히 있어봐.. 한 번만 할께.." "아무도 모르게 비밀로 할께.."
그가 유일하게 한 말이었다.
그러면서도 동네에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았던 개의 교미에서처럼, 허리를 흔들던 그는 내 몸을 밀어붙이며 내게 달려들어 움직임을 멈췄다.
지금까지 흘리고 있던 눈물과는 또 다른 눈물이 솟아 올랐다.
그가 떨어져 나가자 마자,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간 내게 다시 올라탔다.
손과 발은 여전히 모두 붙잡혀 있었기에 몸부림도 아무 소용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성은 강간 당할 때, 120% 의 힘으로 저항을 하지만, 강간하는 남성은 200%의 힘을 사용하기에 여성의 저항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무력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을 몸소 체험하는 순간이었는 듯 싶다.
남서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기는 했지만 말이다.
원하던 원치 않던 흘러나온 약간의 분비물, 앞선 남자가 뿌려 놓은 정액, 얼마 만큼인지 모르지만 내가 흘렸을 피.. 로 두번 째 남자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내 몸속에 진입했고, 마찬가지로 개처럼 허리를 움직여댔다.
두려움과 수치스러움은 어느 덧 사라지고 몸으로 느껴지는 고통과 죽고싶다는 자괴감만이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저 눈물만이 흐를 뿐이었다.
그리고...
두번 째 남자가 미친 듯이 허리를 흔들던 가운데,
알아듣지 못하겠지만 누군가 내가 능욕당하고 있는 곳을 향해 소리를 지를 듯하다.
나를 붙잡고 있던 남자들과 다른 남자들의 시선이 그곳을 향하는 듯 하다.
아마 거기 뭐 하는 거냐는 정도의 소리였나 보다.
순간 그들도 당황했는지 웅성임이 일었고, 내 몸에 올라타고 있던 남자가 그의 상징이 뻗뻗한 채였음에도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맨 처음 나를 올라탔던 남자가 옷 매무새를 만지더니 아직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는 듯 했고, 내게는 그 시간이 꽤나 길게 느껴졌다.
어찌보면 서로 아는 사이인 듯 하기도 하다.
아는 사이라면 나를 욕보일 남자가 하나 더 늘어나는 셈이란 말인가?
예측치 못한 불청객에게 남자들의 온 신경이 쏠려 있는 탓인지 내 입을 막고 있는 손의 힘이 어느새 느슨해졌고 그 찰나 나의 머리 속에서 움직였던 앞선 생각들이 정리되었다.
"도와주세요!!!"
"도와..흡...흐흡.."
나의 외침과 동시에 내 입은 남자의 손에 의해 다시 가려졌고, 그 순간 내 눈에 보인 것은 나를 처음 올라탔던 남자의 머리가 땅으로 곤두박질 치는 모습이었다.
동시에 불청객이 내가 붙잡혀 있는, 주위에 비해 다소 어두 컴컴한 곳으로 달려왔고, 나를 붙잡고 있던 손들도 동시에 사라졌고 불청객을 향해 가는 빠른 발소리만 어둠 속을 통해 내게 들려왔다.
말로만 들었던 패싸움.. 아니 상대는 혼자였다..
나의 두 눈은 뜨여 있기는 했지만 육신을 두들기는 듯한 둔탁한 소리만이 들려올 뿐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두려웠다.
무엇에 대한 두려움인지도 모른다.
그냥 두려울 뿐이다.
그렇게 그 시간 또한 흘러간 듯 하다.
"누나!!"
"누나!! 정신 차려봐!!!"
"살려주세요! 저 좀 살려주세요!!"
몸부리치며 땅에 쓰러진 채 뒤로 물러나는 저를 보며 그 불청객이 말했다.
"누나! 나 수현이란 말이야!! 누나, 정신 좀 차려봐!!"
그 남자의 말이 귀에 들어올리가 없었다.
한 참을 지나 정신을 차렸을 때, 저는 그 불청객의 등에 업혀 있었고 그는 어딘지 모를 길가를 걷고 있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이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누나.. 나 수현이라니까.."
"누나, 병원으로 갈께.. 조금만 더 가면 택시 잡을 수 있는 곳이 있을거야.."
정신을 잃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아니 어쩜 잃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앞서 그가 내게 자기를 인지시키기 위해 했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말이 무색하게도 그제서야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써클에 속해 있는 후배의 친구...
공부 잘하고, 너무나 착하고 순진했던, 하지만 어느 날인가 자퇴서 한 장만을 담임에게 던져 놓고 사라져버렸다는...
바로 그 아이...
그 아이가 왜 그런 곳에 있었던 걸까?
그러한 의문도 잠시..
순간 그를 믿을 수 있다는, 갑자기 밀려든 안도감때문인지 거짓말처럼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눈을 떳을때, 나는 말로만 듣던 강간 아니 윤간으로 인한 미성년 입원 환자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이 내 삶의 모든 것에 대한 전환점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