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무장들의 식사는 기본적으로 오전 8시쯤에 아침, 오후 2시쯤에 점심 두 끼뿐이었다.
전국 다이묘들은 보통 오전 4시쯤에 기상해 오후 8시면 취침하는 얼리버드 생활을 했기 때문이었다.
늦게까지 자지 않아야 할 때는 오후 9시쯤에 저녁을 먹기도 하지만, 이건 예외적인 경우였다.
전국시대의 식사는 보통 국 한 가지에 반찬 한 가지인 간단하기 그지없는 차림이었는데,
평소에는 의외로 다이묘들도 다를 게 없었다.
반찬이 없는 만큼 밥을 많이 먹어서, 한 끼가 오늘날의 밥공기로 5공기나 되었다.
그러나 밥이라고 해도 백미가 아니라 현미나 잡곡이 많이 섞인다.
국 역시 된장국이나 단순한 소금국이었는데, 식사가 끝날 때쯤 남은 밥에 부어 먹어서 마무리하곤 했다.
그나마 반찬은 중급 이상의 무사라면 새고기나 생선, 채소나 해초, 어묵이나 낫토, 우메보시나 장아찌 등 비교적 다양했다.
소금, 된장, 식초, 왜간장으로 간을 맞추었는데, 몸을 많이 쓸 수밖에 없는 사무라이들은 짜고 간이 진한 음식을 좋아했다.
그러나 손님을 초대하여 접대를 할 때는 이야기가 180도 달라진다.
예법에 맞추어 몇 번씩이고 거듭 상이 바뀌는 산해진미를 대접하는 것이 다이묘의 체면 문제였기 때문이다.
오다 노부나가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대접한 향응을 예로 들어보면 이러하다.
[첫번째 상 : 문어, 도미구이, 회, 채소절임, 붕어초밥, 채소국, 밥
두번째 상 : 은어내장 젓갈, 뱀장어, 무조림, 전복, 갯장어, 멍게 냉국, 잉어국
세번째 상 : 닭꼬치 구이, 꽃게, 학고기국, 농어국
네번째 상 : 오징어, 유자 된장, 표고버섯, 붕어국
다섯번째 상 : 병어회, 생강 식초, 얇은 다시마, 오리고기국
후식 : 떡, 콩사탕, 감, 꽃 모양 다시마, 말린 꽃]
전투 중의 식사는 평소의 것과 많이 달랐다.
각자 3일치 식량을 지참하는 것이 국룰이었는데, 구워서 된장이나 소금을 바른 주먹밥, 우메보시, 흑설탕, 가다랑어포 등의 전투식량을
한 끼 분량씩 한 알로 꼬아서 띠처럼 만든 다음, 도넛 모양으로 어깨에 두르고 다녔다.
전국시대의 군장에는 고추도 있었지만, 당시에 고추는 반찬이 아니라 추울 때 온몸에 문지르는 핫팩 취급이었다.
노부나가처럼 부유하고 보급에 신경을 많이 쓰는 다이묘는 전시가 되면, 당시로서는 대단한 호사였던 대량의 흰쌀주먹밥과
된장 등 고단백의 반찬을 많이 준비해서 휘하 장병들에게 먹였기 때문에
평소에는 집 주변에서 캔 나물을 넣고 죽을 끓여 먹는 신세였던 하급 이하의 무사들로서는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다.
다만 쌀을 지급할 때는 몇 번에 걸쳐 나누어 주었는데, 한꺼번에 주면 그걸로 술을 담궈 버려서
나중에 쫄쫄 굶게 되는 관심아시가루들이 꼭 나오곤 했기 때문이었다.
- 이케가미 료타 저 "도해 전국무장" 에서
저 시대에도 관심병사는 있었나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