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끊고 대신 전자담배로 바꾼다면 폐암에 걸릴 확률이 니코틴을 완전히 끊는 것처럼 가파르게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 흉부학회 연례회의에서 소개된 분당서울대병원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21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발표를 맡은 분당서울대병원의 김연욱 교수(호흡기내과)는 “이것은 금연 후 전자 담배 사용자들의 폐암 위험이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초의 대규모 인구 기반 연구”라고 밝혔다. 많은 흡연자들은 전통적 담배 대신 전자담배로 갈아타는 것을 ‘안전한 전환’으로 믿고 싶어 한다. 그러한 전환은 과연 폐암의 위험을 얼마나 줄여줄까?
김 교수 연구진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2012-2014년과 2018년 국가 건강검진 프로그램에 등록한 430만 명 이상의 한국인을 추적했다. 추적 관찰은 2021년에 수행됐다. 참가자들은 니코틴 흡수 스타일에 따라 흡연/전자담배 흡입 두 범주 중 하나를 선택했다. 추적 관찰 기간 동안 5만3000명 이상이 폐암에 걸렸고, 6351명은 폐암으로 사망했다.
연구진은 5년 이상 금연하되 전자담배로 갈아탄 사람들이 같은 기간 담배는 물론 전자담배까지 끊은 사람들보다 여전히 치명적인 폐암에 걸릴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또 담배를 끊은 지 5년 미만인 사람 중에 전자담배로 전환한 사람들은 전자담배도 흡입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폐암에 걸리거나 폐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높아졌다.
특히 이런 경향은 50세~80세 사람들에게서 뚜렷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김 교수는 “우리의 결과는 폐암 위험을 줄이기 위해 금연할 경우 흡연의 대안으로 전자담배를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피해를 명확히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의료 회의에서 발표된 것이기 때문에 동료 검토 학술지에 발표될 때까지 예비연구로 간주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