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과 같은 자외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식욕이 증가하지만 신체 에너지 소모량은 늘려 오히려 살이 빠진다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외선은 에너지를 합성하고 분해하는 신체 대사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에 따르면 자외선 노출은 피하지방 함량과 지방에서 합성되는 아디포카인(지방세포 물질) 분비를 줄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그동안 자외선이 전신 에너지 대사를 어떻게 조절하는 지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정진호·이동훈 교수 연구팀은 정상 식단과 고지방 식단을 먹인 생쥐를 12주 동안 주 3회 자외선에 지속적으로 노출했다. 그런 뒤 정상·고지방 식단을 섭취했으나 자외선은 쐬지 않은 대조군과 비교했다.
연구 결과 자외선 노출군은 피하지방에서 분비되는 ‘렙틴(식욕억제 호르몬)’의 발현이 감소했다. 이에 따라 식욕이 늘어나 같은 식단을 먹인 대조군보다 음식 섭취량이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늘어난 식욕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체중은 대조군보다 오히려 줄었다는 점이다.
이는 자외선 노출군의 백색지방이 갈색지방으로 바뀌어, 음식 섭취량보다 에너지 소모량이 더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말했다. 지방에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백색지방과, 열을 발생해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갈색지방으로 분류된다.
연구팀은 이런 현상이 생긴 이유에 대해 “자외선에 노출되면 ‘노르에피네프린’이 나오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노르에피네프린 위험하거나 스트레스가 가중하는 상황에서 분비돼 교감신경계에 작용하는 대사 호르몬이다.
실제로 자외선 노출군의 피부에선 노르에피네프린 수치가 증가했다. 이들에게서 이 호르몬의 생성을 인위적으로 막자, 생쥐들의 음식 섭취량이 줄었지만 갈색지방도 줄어 체중이 증가했다.
연구팀은 자외선 노출이 피부에서 노르에피네프린 발현을 촉진해 식욕, 체중 등 대사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자외선이 비만 등 대사질환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진호 교수는 “자외선의 대사조절 효과를 모방해 비만 및 대사장애에 대한 새로운 치료 전략을 개발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그러나 자외선은 피부암의 주된 위험요인이므로 가급적 노출을 피하고, 자외선차단제를 사용해 피부를 보호할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피부과학 분야 학회지 《피부연구학회지(Journal of Investigative Dermat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음식으로 얻은 지방을 중성지방 형태로 저장하는 백색지방과 달리, 갈색지방은 몸의 지방을 소모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갈색지방이 늘어나 음식을 많이 섭취해도 지방 소모가 그만큼 많이 지면서 중성지방으로의 축적을 막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