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 여성보다 더 일찍, 체질량지수(BMI)가 상대적으로 낮음에도 제2형 당뇨병에 쉽게 걸리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지방의 차이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당뇨 자체 뿐아니라 이후 합병증에 걸릴 확률도 남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복부지방, 인슐린 저항성 높아
지난 3월 국제 학술지 《비만(Obesity)》에 게재되고 최근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유럽 비만학회(ECO)’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제2형 당뇨병을 앓는 비만 남성의 복부 지방이 여성에 비해 인슐린 저항성이 높을 뿐 아니라 특정 유전자 발현 정도에도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스웨덴 스톡홀름 카롤린스카 연구소 연구진은 1993년부터 2020년까지 스톡홀름 지역에서 모집한 제2형 당뇨병 환자 여성 2,344명과 남성 786명을 대상으로 체중, BMI, 나이, 신체활동, 심대사 질환, 흡연 여부 등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혈액검사, 일부를 대상으로 한 복부 피하지방 샘플 채취 등을 통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연구진은 남성의 인슐린 저항성이 더 높은 것은 지방세포 분해가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으로 억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세포 분해는 염증과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는 유리지방산(free fatty acid)의 혈중 수치를 높인다. 유리지방산은 에너지로 활용되지만 혈중 농도가 높으면 고지혈증을 비롯해 죽상동맥경화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액 검사 결과 비만이 있는 남성과 여성 사이에 지방 분해 및 지방 생성 수준은 물론 이에 대한 세포의 민감성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여성의 지방 조직은 남성보다 인슐린 민감도가 10배나 높았고 비만 남성에게서 채취한 지방세포는 여성보다 분해 속도가 두 배 더 빨랐다.
또, 비만인 여성과 남성으로 구성된 소수 그룹을 대상으로 특정 유전자 발현 관련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인슐린 수용체 기질1(IRS1)’ 암호화 유전자가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덜 발현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IRS1 유전자의 변이 등이 생기면 인슐린 신호 전달이 원활하지 않아져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할 수 있다.
새로운 가능성 시사, 추가 연구 필요
연구진은 건강·의학 매체 ‘메디컬뉴스투데이(MedicalNewsToday)’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가 비만 남성의 인슐린 저항성을 확인했고 이는 제2형 당뇨병 예방을 위한 약물 및 생활습관 개입 등 구체적 방안을 찾아나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가능성을 시사했을 뿐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전향적 연구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체중 외에 체지방 분포, 근육 변화 등을 세부적 사항을 모두 살피고 췌장, 심장 등 장기 내 지방 침착물 변화까지 고려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며 그 후에는 성별에 따른 정밀 치료가 가능해질 수도 있으리란 설명이다. 이 외에 연구 대상자의 95% 정도가 유럽 출신 백인이라는 것도 한계점으로 꼽았다.
남성이 당뇨 합병증 위험도 더 커
남성이 여성보다 당뇨에 걸릴 확률 뿐 아니라 이후 합병증에 시달릴 확률도 높다. 최근 《역학&지역사회 건강(Epidemiology&Community Health)》 저널에 게재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을 앓은 기간과 상관없이 남성이 여성보다 제1형은 물론 제2형 당뇨병 관련 합병증 발병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제1형 혹은 2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45세 이상 남녀 2만5,713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남성이 여성에 비해 심혈관 질환 위험은 51%, 하지 합병증 위험은 47%, 신장 합병증 위험은 55%, 당뇨병성 망막증 위험은 14%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