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 동결을 통한 임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선 적어도 만 35세 이전에 얼리는 것이 좋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 35세 전에 얼리면 가임률이 90%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생명회관에서 열린 대한성학회(회장 민권식 부산백병원 교수) 춘계학술대회에서 구화선 베스트오브미여성의원 원장(산부인과 전문의)은 ‘난자 동결 보존’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난자 동결은 여성의 난자를 채취한 뒤 초저온 상태로 보관하는 시술이다. 냉동한 난자는 임신이 필요한 시점에 해동해 시험관 수정을 시도한다. 최근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면서 여성들의 가임력을 보존하는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난자 동결 시술은 2주 정도 걸리는데, 10~12일 동안 과배란 주사를 맞고 난자를 채취한다. 관건은 ‘얼마나 많은 난자를 채취하느냐’다. 젊을 수록 많은 난자를 채취할 수 있으며 난자 수가 많을 수록 임신 확률이 올라간다.
구 원장은 “미래 임신 계획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적극 대비하는 것이 좋다”며 “특히 (수술을 마음 먹었다면) 가임력이 급감하는 35세 이전에 선택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구 원장에 따르면 35세 이전에 난자를 냉동하면 10개의 난자로 임신 확률을 50%까지 높일 수 있다. 17개를 얼리면 70%, 26개를 냉동하면 90%로 높아진다. 이에 최근 학계는 난자 수 20개 정도면 향후 임신에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 35세가 넘어가면 가임률은 조금씩 떨어진다. 미국과 유럽 의학계 보고에 따르면 평균 37.3세에 얼린 여성이 약 4년 뒤인 41.6세에 임신을 시도했을 때 성공률은 47.4%였다. 구 원장은 “시술 연령대가 높을 수록 가임률이 낮아지는 만큼 되도록 젊을 때 얼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35세 이상의 난자는 임신 기능이 떨어지지만, 그 이전에 채취한 난자는 연령 별로 차이가 없다고 구 원장은 설명했다. 그는 “20대 중후반 여성들도 난자를 얼리기 위해 종종 찾아 온다”며 “다만 20대 난자가 딱히 더 좋다는 데이터는 없다”고 밝혔다.
구 원장은 “얼린 난자를 녹였을 때 생존 비율은 평균 70~80% 수준”이라며 “10개를 얼렸다면 평균 7~8개 살아 남는데, 실제로 수정 난자로 이용될 수 있는 것은 5개 정도이므로 가능한 많은 난자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난자 수가 5개 이하라면 수정을 시도해볼 기회가 적은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해동 후 생존한 난자 수가 10개 이상이라도 35세 이하에 채취한 난자와 35세 이상에 채취한 난자는 출생률에 큰 차이를 보인다. 구 원장은 “해외 연구자료를 보면 35세 이하에 얼린 뒤 해동한 난자는 10개 생존 시 출생률이 42.8%인 반면 35세를 초과한 경우 25.2%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구 원장은 “난자 냉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데도 아직 시술이 많이 행해지지는 않고 있다”며 “1회 술에 300만원이 넘는 시술비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대한성학회 학술대회 개회식에서 민권식 회장은 “과거에는 학술대회에 치중했다면 올해는 회원간 소통을 활성화하고 한다”며 “우리 학회는 비의료인도 아우르는 다학제 학회인만큼, 성과 관련된 폭 넓은 시각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