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이 발생하면 신경세포가 몇 분 안에 죽기 시작하기에 빠른 대처가 중요하다. 의사들이 “시간이 곧 뇌(time is brain)”라고 말하는 이유다.
이때 어떤 유형의 뇌졸중이냐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혈액검사를 통해 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뇌졸중: 혈관 및 중재 신경학(Stroke: Vascular and Interventional Neurology)》에 발표된 미국 브리검여성병원 연구진이 주도한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20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혈액검사를 통해 ‘대혈관 폐색(LVO)’이라는 매우 치명적인 유형의 뇌졸중 여부를 높은 정확도로 판별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일단 LVO로 진단되면 기계적 혈전 절제술이라는 수술 기법으로 뇌에 영양을 공급하는 대동맥에서 LVO 혈전을 신속하게 제거할 수 있게 된다.
논문의 주저자인 브리검여성병원의 임상 펠로우인 조슈아 번스톡 박사는 “기계적 혈전제거술을 사용하면 사망하거나 심각한 장애를 갖게 될 사람들을 마치 뇌졸중이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완전히 회복할 수 있게 해준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개입이 조기에 시행될수록 환자의 예후가 더 좋아질 것”이라며 “이 신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치료를 더 빨리 받을 수 있게 해줄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뇌졸중은 크게 뇌혈관이 막혀 뇌세포가 죽는 뇌경색(허혈성 뇌졸중)과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출혈성 뇌졸중)로 나뉜다. 연구진은 뇌출혈과 뇌경색의 서로 다른 생체지표가 되는 두 가지 단백질에 주목했다. 하나는 오랫동안 뇌출혈 및 외상성 뇌 손상과 관련성 있다고 지목된 신경교섬유산성단백질(GFAP)이다. 다른 하나는 혈전 분해 때 생성되는 D-이합체(D-dimer)라는 단백질로 뇌경색의 지표로 간주돼 왔다.
이들 단백질 수치를 측정하는 혈액 검사는 뇌경색에 해당하는 LVO와 증상이 혼돈되기 쉬운 뇌출혈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연구진은 자신들이 개발한 혈액 검사 결과를 “응급 현장 평가 뇌졸중 분류(FAST-ED) 점수에 추가하면 환자의 LVO를 신속하게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2021년~2022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뇌졸중 치료를 받은 323명의 데이터를 토대로 혈액 검사의 효과를 테스트했다. 연구진은 “증상 발생 후 6시간 이내에 생체지표인 GFAP와 D-이합체 수치를 FAST-ED 데이터와 결합한 결과, 93%의 특이도(specificity)와 81%의 민감도(sensitivity)로 LVO 뇌졸중을 감지할 수 있었다”고 보고했다. 93%의 특이도는 해당 뇌졸중이 LVO가 아니라는 것을 93% 정확하게 찾아냈다는 의미이며, 81%의 민감도는 실제 LVO를 81% 정확하게 찾아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이 혈액검사법이 응급 상황에서 뇌출혈을 발견하거나 배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첨단 진단 스캔을 이용할 수 없는 가난한 나라에서 유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다음 단계로 구급차에서 이 새로운 혈맥검사법의 효과를 측정할 계획이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ahajournals.org/doi/10.1161/SVIN.123.001304)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