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수용체 작용제’를 투여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앞으로 우울증 치료제(항우울제)를 처방받아야 할 위험이 훨씬 더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노트르담대(프리맨틀 소재) 연구팀은 호주의약품혜택제도(Australian Pharmaceutical Benefits Scheme) 데이터의 무작위 표본 170만명과 특정 비만치료제(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수용체 작용제)를 투여받은 환자 2만4천여명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상품명 ‘오젬픽’이나 ‘위고비’로 판매되는 이 비만치료제의 성분명은 ‘세마글루타이드’다. 주로 주사제로 공급되며, 먹는 약(경구용 비만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살을 빼는 효과가 뛰어나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당뇨병 치료제로는 먹는 약도 나와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170만명 가운데 항우울제를 처방받은 사람의 비율은 약 21%(35만8075명)였다. 이에 비해 2022년 특정 비만치료제를 처방받은 사람(2만4783명) 가운데 항우울제를 처방받은 사람(8495명)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34%나 됐다. 비만치료제를 투여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훗날 우울증 치료제를 처방받을 위험이 약 62%(13%포인트) 더 높은 셈이다.
연구의 교신 저자인 오스발도 알메이다 박사(건강연구소)는 “GLP-1 수용체 작용제에 노출된 사람은 나중에 우울증으로 약을 처방받을 위험이 훨씬 더 높다. 이 특정 비만치료제가 소비자의 기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Cross-sectional, case-control and longitudinal associations between exposure to glucagon-like peptide-1 receptor agonists and the dispensing of antidepressants)는 국제학술지 《당뇨병, 비만 및 신진대사(Diabetes, Obesity, and Metabolism)》 온라인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