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은 생리의 배출로이자 정액의 저장소, 출생시 태아의 통로, 성관계 기관으로 역할하며, 전벽이 후벽에 얹혀 접하고 있는데 유착을 방지하려면 습해야만 한다. 그러나 질 상피세포는 피부와 같은 편평상피세포로 되어 있으므로 제일 바깥층은 시간이 지나면서 때가 되어 벗겨져나가고 새로운 상피세포로 덮혀짐으로써 마찰운동에 잘 적응하도록 되어 있지만, 특별히 분비물을 생산하는 샘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질분비액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질분비액은 복강, 나팔관, 자궁, 자궁경부, 질입구 양측 약간 아랫쪽에 있는 바톨린샘에서 생산된 분비액과 세포물질이 질로 들어간 것이다. 평상시의 질분비액은 주로 자궁경부로부터 분비되는데 생리주기에 따라 많이 차이가 있다. 생리 중에는 양이 적고 배란기에 가까워질 수록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영향으로 많이 생산되어 계란 흰창 모양을 하고 배란기에는 물 같으며 하루 생산량이 약 1g이나 되어 질 밖으로까지 누출되며 팬티를 적신다.
그러나 성적흥분 시에 질분비액이 다량 생산되는 것은 남성을 부드럽게 수용할 수 있도록 윤활 역할을 하기 위한 것으로 평상시 질분비물 생산과는 그 기전을 달리한다. 성적흥분이 있으면 여성호르몬의 중개로 혈관확장 신경전달물질 (VIP)이 분비되어 질벽으로 가는 동맥을 확장시켜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혈관수축 신경전달물질(neuropeptide Y)이 분비되어 정맥을 수축시킴으로써 확장된 동맥으로부터 질벽으로 들어온 혈액이 정맥을 통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한다. 피가 많이 들어왔는데 나가지 못하니 모세혈관의 혈압이 상승하여 많은 혈액성분이 질상피세포를 통해 질 밖으로 빠져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성적흥분 시 성반응으로 남성에서는 남성호르몬의 중개로 음경발기가 나타난다면, 여성에서는 여성호르몬의 중개로 질윤활액이 다량 생산되는 것이다. 음경발기가 음경해면체 내로 다량의 혈액이 유입되어 일어나듯이 질분비액도 질 주위 모세혈관으로 다량 유입된 혈액의 수액성분이 질로 빠져나간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은 음경발기와 같이 성적흥분 수초 내에 일어나며 처음에는 질표면에 땀방울 솟아나듯 나오며, 성적 흥분이 지속됨에 따라 더욱 많이 생산되면서 땀방울이 모여 땀이 흘러내리듯이 질 밖으로까지 흘러내리게 된다. 이때 질윤활액은 단순히 물 같지 않고 미끄러운데 이것은 자궁경부에서 생산되는 분비액 중의 ‘시알로프로테인’이란 단백질과 질상피세포에서 생산되는 글리세롤 때문이다. 소음순도 질과 마찬가지로 윤활역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성적흥분 시 소음순의 분비액은 0.83 g으로 평상시 질분비액량인 시간당 0.06 g보다 훨씬 많다. 성적 흥분이 사라지면 분비되었던 질윤활액은 모두 체외로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고 혈액 내로 재흡수된다.
많은 남성들은 질분비액 양을 보고 여성의 성적흥분 정도를 평가하려고 한다. 그러나 질분비액 양은 여성의 성적흥분 정도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질윤활액의 양은 사람마다 다르며 60세의 나이인데도 섹스 때에 질윤활액이 너무 많이 분비되어 지장을 겪는 여성도 있다. 어떤 여성은 질윤활액이 많이 나오면 섹스가 더 잘된다고 느끼기 때문에 좋아하지만, 어떤 여성은 성관계 중 아무런 느낌을 느낄 수 없다고 불만을 갖는다. 질윤활액의 과다 분비는 남성에게 발기장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32세의 건강한 여성은 성관계시 질윤활액이 너무 많이 나와 현재 사귀고 있는 남성 (39세)이 ‘질내 삽입해도 아무런 느낌이 없다’고 하면서 발기음경이 성관계 때마다 관계 중에 시들어버렸다. 다행히도 질내 탐폰을 넣어 질윤활액의 분비를 줄인 상태에서 성관계를 가졌더니 남성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었다.
특별한 질환이 없는데도 질윤활액이 잘 생산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성은 장시간 해야 한다고 믿는 사회적 관념이 있는데 성적흥분이 최고조에 이르면 질분비액 생산은 성적흥분 초기보다 감소하는데 성적흥분 고조기가 길어지면 질건조증을 유발하여 성교통으로 더 이상 성행위를 지속할 수 없을 수 있다. 질건조증은 성욕장애, 고민, 스트레스, 불안과 같은 정신적 요인이나 감기약이나 천식약, 비누나 염료, 향료에 대한 알레르기에 의해서도 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