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어? 느꼈어?”
불감증 문제로 클리닉을 찾은 결혼 2년 차 아내 B씨가 남편으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자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다. 성행위 후 묘한 책임감에 사로잡힌 많은 남성들이 여성의 오르가즘 여부를 확인하지만, 정말 아니한 만 못한 질문이다.“자꾸 물으니 아예 괴성을 지르면서 오르가즘 시늉을 냈었는데, 이젠 그것도 지쳤어요.”
사정을 하는 남성과 달리, 여성의 오르가즘은 개인차가 무척 심하다. 건강한 여성은 오르가즘 때 남성처럼 0.8초 간격의 ‘골반저근’의 수축현상이 동반되는데, 이 같은 수축 현상을 여성뿐 아니라 상대 남성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수축현상이 뚜렷하지 않은 여성도 많아서 ‘더 이상 성행위를 못할 것 같은 절박감’이나 ‘너무 좋아 갑작스레 소변이 나올 것 같은 느낌’ 정도로 표현하기도 한다.
물론, 골반저근이 약해서 불감증이 생겼다면 적절한 방법으로 이 근육을 강화시켜야 한다.
성행위 때마다 부부가 동시에 오르가즘을 느낄 수는 없다. 문제는 여성은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하면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불쾌감은 분비액 부족으로 인한 성감저하나 통증, 여성 성기의 충혈(充血) 현상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원인은 ‘옥시토신’이란 물질의 부족 때문이다.
옥시토신은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사랑의 묘약’이다. 산모가 아이에게 강한 정서적 유대감을 느끼는 것도 이 호르몬의 작용이다. 옥시토신은 오르가즘 후 급격하게 상승하는데, 이것이 분비되면 뇌 화학적으로 상대 남성에게 더욱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친밀감은 남성보다 여성의 성 반응에서 더욱 중요한 요소인데, 친밀감의 실체가 옥시토신인 것이다.
만약 그 날의 성행위가 만족스럽지 못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성행위 후 10분 정도의 가벼운 포옹이나 스킨쉽은 성적 흥분을 연착륙시킬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오르가즘을 못 느낀 경우에도 이런 행동이 크게 도움이 된다. 가벼운 포옹과 스킨쉽이 옥시토신 분비 부족으로 인한 불쾌감을 극복할 수 있는 또 다른 ‘묘약’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