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의 혈관에 이상이 생겨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5년 간(2018~2022년) 심장병 진료 현황을 보면 2022년에만 183만 명이 병원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심장병 환자가 78만 명이나 된다. 2018년에 비해 20%나 증가하는 등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왜 이렇게 심장혈관이 망가진 사람들이 많을까?
유전 있는데도 음식 조심하지 않고 담배까지 피우니…위험도 5배로 커져
심혈관 질환의 첫 위험 신호는 바로 ‘유전’이다. 부모·형제·자매 중에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은 본인도 걸릴 가능성이 높다. 젊을 때부터 이 ‘경고’를 새겨 듣고 생활 습관을 조심하면 위험한 심근경색, 협심증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도 음식을 절제하지 않고 담배까지 피우면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5배나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9일 이런 내용이 담긴 논문을 국제 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제네틱스(Frontiers in Genetics)’에 게재했다고 발표했다. 17년 동안 7612명의 건강 데이터를 추적 관찰한 장기 연구다. 그 결과 혈압과 흡연 여부, 비만도, 나이, 성별 등을 계산해 10년간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를 계산한 ‘임상 위험도’가 높게 나타난 사람일수록 심장병 위험이 3.6배 높았다.
심혈관 질환 관련 유전적 요인을 점수화한 ‘유전적 위험도’가 높은 사람일수록 심장병 발병 위험이 1.5배 증가했다. ‘임상 위험도’와 ‘유전적 위험도’가 모두 높은 사람일수록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5배로 커졌다. 유전성이 있는 사람이 생활 습관을 조심하지 않으면 큰 위험도에 노출된다는 의미다.
남성보다 흡연 덜 하는데… 여성 심장병 환자 왜 이리 많나?
심장병은 흡연,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 등이 주요 원인이다. 남성에 비해 흡연율이 떨어지는 데도 여성 환자가 너무 많다. 이유가 무엇일까? 50~60대 환자가 절반 정도 차지하는 것을 볼 때 장기간의 고지방-고탄수화물-고열량 음식 섭취 등 나쁜 식습관이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
특히 여성은 젊을 때까지 혈관을 보호하던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이 갱년기에 사라지면서 고혈압, 혈관이상이 늘게 된다. 혈관이 좁아지거나(협심증) 아예 막히는(심근경색증) 허혈성(혈액 공급에 어려움이 있는) 심장병이 증가한다.
육류 비계–내장, 빵 등 탄수화물 절제… 통곡물, 콩류, 견과류, 생선 섭취
심장병 예방-관리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이상지질혈증), 동맥경화 등을 의식하는 것이다. 흔한 병이라고 방심하지 말고 예방-치료에 신경 써야 한다. 금연은 필수이고 육류의 비계-내장 등 중성지방-콜레스테롤이 많은 식품, 빵-면-쌀밥 등 탄수화물은 절제하고 소금 섭취량은 하루 5g 이하로 제한한다. 통곡물, 콩류, 견과류 등 푸른 생선(고등어 참치 등), 들기름-올리브유를 적정량 먹는 게 도움이 된다. 운동으로 체중 관리도 해야 한다.
만일 ‘이런’ 증상 생기면… “가족, 동료들이 도와줘야“
나도 모르게 심혈관병이 악화될 수 있다. 급성 심근경색증은 돌연사 위험도 있는 초응급 상황이다. 증상은 가슴 한가운데에 짓누르거나, 조이거나, 쥐어 짜는 듯한 통증이 나타난다. 30분 이상 지속되며 가슴 통증은 목과 턱, 어깨, 왼쪽 팔로 번지고, 안색이 창백해지고 식은땀을 흘리기도 한다.
”쉬면 좋아지겠지“ 이런 생각은 절대 금물이다. 망설이지 말고 119에 연락해야 한다. 주변의 가족, 동료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야 생명을 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