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봄 결혼 시즌이 다가오면서 결혼 전 ‘웨딩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 예비부부가 늘고 있다.
과거엔 결혼 전 건강검진을 받는 사례가 적었지만 점차 결혼 시기가 늦어지고, 비만·환경호르몬 등으로 불임·기형아 출산 위험이 높아져 검진은 선택 아닌 필수가 됐다. 게다가 결혼 전에는 상견례·혼수 구입·내집 마련 등으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다 건강을 망치기 쉬워 미리 건강을 체크해보는 게 좋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마음에 무조건 비싼 건강검진을 받을 필요는 없다. 일부 병원들이 홍보하는 고가의 웨딩검진은 불필요한 검사 항목이 포함된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결혼 전 검진은 혈액검사, 소변검사, 흉부 X-레이 등 기본 검진에 건강한 임신을 위한 난임, 성병, 풍진 등 감염성 바이러스질환 검사만 받아도 충분하다. 여기에 개인병력과 가족력을 고려해 추가검사를 받으면 된다.
성별에 따라 검진 항목이 차이가 나는데 여성은 자궁경부세포진검사·복부 및 골반 초음파검사·풍진항체검사, 남성은 성병검사정액검사를 받는 게 좋다.
흔히 자궁경부암검사로 불리는 자궁경부세포진검사와 복부·골반초음파검사는 자궁경부암·자궁내막증·자궁근종·자궁기형 등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 자궁경부세포진검사는 내시경의 한 종류인 질경을 질내에 삽입해 자궁경부 표면의 세포를 채취한 뒤 현미경으로 세포 이상 유무를 확인한다.
자궁경부암은 성관계를 통한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으로 발생한다. 여성암 발병률 2위로 20~30대에서도 발병률이 증가하는 추세지만 암 중 유일하게 백신으로 예방 가능해 검사 후 예방접종을 받는 게 좋다.
자궁내막증은 난소와 주변 장기가 서로 붙어 골반내 유착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나팔관 운동에 지장이 생겨 정자가 자궁에 제대로 도달하지 못하게 되고, 난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풍진이나 A·B·C형 간염 등 바이러스성 감염질환은 간단한 혈액검사로 진단 및 예방할 수 있다. 진찬희 을지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 중에 풍진이나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기형인 태아를 출산하거나, 바이러스가 태아에게 전염될 수 있어 항체 유무를 꼭 확인한 뒤 예방접종을 받는 게 좋다”며 “예방접종을 받았더라도 바로 임신이 되면 태아에게 바이러스가 전염될 가능성이 있어 보통 2~3개월간은 피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혈액검사는 빈혈수치, 혈소판수치, 혈당, 간기능 등을 체크해 고혈압·당뇨병 등 임신 후 합병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생리통이 심하거나 생리주기가 일정치 않다면 초음파검사로 자궁이나 난소에 혹이 있는지 확인해보는 게 좋다. 자궁에 혹이 생기는 자궁근종은 전체 여성의 20~30%가 겪는 흔한 질환으로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불임이나 유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남성은 소변·혈액검사로 성병 여부와 전립선 상태 등을 확인해야 한다. 매독·임질·클라미디아균 감염 등 성병은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 잠복기를 거친 뒤 요도염·전립선염·고환염 등을 일으킨다. 심할 경우 발기부전이나 조루 등 성기능장애를 초래해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성병 균이 배우자에게 전염되면 질염이나 불임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매독균에 감염된 여성이 임신하면 선천성 매독으로 인한 유산·조산에 노출될 수 있어 성별과 상관없이 매독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소변·혈액검사는 전립선 건강을 체크하는 데에도 도움 된다. 최근 컴퓨터 사용 등으로 오래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20~30대 젊은층에서도 전립선염 발생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전립선 주변 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이 질환이 만성화되면 발기부전·조루 등 성기능장애로 이어져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이밖에 남성은 정액검사로 정자 수와 운동성을 확인해보는 게 좋다.
진찬희 교수는 “결혼 전 건강검진은 행복한 결혼생활과 건강한 가정을 꾸리기 위한 필수 과정”이라며 “결혼 시기가 늦을 수록 B형 간염이나 풍진 등 위험요소가 많고, 성병이나 감염질환의 경우 남녀가 서로 영향을 줄 수 있어 예비신랑과 신부가 함께 검진받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