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집중력을 흩트리는 것들
때로는 음악이 섹스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된다.
섹스할 때마다 강렬한 일렉트릭 기타 소리를 반주 삼아 움직인다고 생각해보라. 은밀한 곳을 들락날락하는 미세한 살의 질척임을 듣는 건 포기해야 한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잠자리를 할 때도 위험요인은 있다. 저도 모르게 음악에 정신이 팔려 남자가 당신의 종아리를 어깨에 올리는지 아니면 엉덩이를 움켜쥐고 있는지조차 잊을 수도 있다. 집중력은, 섹슈얼 힐링 sexual healing을 외치는 마빈 게이의 필 feel이 아니라 피스톤 운동에 열중하는 남자의 몸에 쏟아야 한다.
엉덩이를 한 대 찰싹 맞았다. 집중해, 라는 남자의 손 신호다. 그게 아니면 100% 순수하게 자신의 판타지를 반영한 몸짓이기도 하고. 그의 손이 내 옆구리를 쓰다듬는 게 오늘따라 유난히 거슬린다. 살이 쪘기 때문이다.
살이 찌면 섹스에 집중이 어렵다. 친구 N은 남자의 위에 올라타지 않으면 흥이 나지 않는다고 그러지만 나는 내 의지로 남자의 위로 올라갈 때는 한 가지 이유밖에 없다. 내 몸매에 자신이 넘칠 때다.
그리고 매트리스에 등을 딱 붙이고 뒤집어지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누워 있을 때는 대부분 초콜릿과 밀가루 음식 과다 섭취로 인해 배와 허리가 두툼할 때다.
남자에게 깔려 있으면서도 몸매 걱정 같은 딴생각이 계속 들면 눈을 질끈 감는다. 상대의 눈을 쳐다보면 자꾸 눈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예를 들면, 허벅지가 저번보다 더 두껍네? 같은)을 읽으려고 하니까 말이다. 지금 하반신이 서로 얽혀 있는데, 속마음을 읽어서 뭐하려고. 다 쓸데없는 짓이다.
여자친구가 집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면 템포를 늦춰서 상대방의 정신을 다시 집중하도록 만든다. 삽입 섹스를 잠시 멈추고 파트너의 혀로 자신의 몸을 훑게 만든다. 페니스가 잠깐 휴식할 시간을 벌어 절정으로 가는 힘을 더 아낀다. 또, 여러 포지션을 번갈아-한 자세 당 대략 30번을 넘기지 않는다!-가며 잠자리를 하는 것도 오래, 집중력을 잃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고전 팁이다.
무엇보다 제대로 집중하려면 미리 이미지화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내가 즐겨 쓰는 방법은 스스로 섹스 소설의 주인공이 되어 미리 잠자리 신을 이야기로 만들어 기억해둔다. 남자가 내 팬티를 벗길 때 다리를 어떤 식으로 모을지, 남자의 위로 올라갈 땐 고개를 어느 방향으로 틀지 같은 구체적인 과정을 미리 머릿속에 짜 놓는 것이다. 이런 이미지 틀의 힘을 빌리다 보면 자연히 잠자리의 흐름이 유연해져서 나중에는 손이, 입술이 알아서 멋지게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