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대표적인 질환인 ‘그레이브스병’에 대한 방사성 요오드 치료법이 암, 백혈병 발병과 무관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내 최대 규모의 환자 데이터를 구축해 분석한 결과다.
그레이브스병은 갑상선 기능이 지나치게 활발해지며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안구 돌출이다. 또한, 더위를 많이 느끼고 땀이 많이 나며 체중도 감소한다. 지나치게 신체 대사가 활발해진 탓이다.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져 가슴이 두근거리고 혈압도 높아진다. 이외에도 신경이 예민해지며 피로감과 불면증을 느낄 수 있고 대소변을 보는 횟수도 늘어난다. 특히, 청년과 중년 여성에서 4~8배 더 흔하게 발생하며 월경 과다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초기 치료로 항갑상선 약물을 12~24개월간 투약하면 40~70% 정도 완치한다. 하지만, 질환이 재발한 환자는 방사성 요오드를 복용하거나 갑상선을 절제하는 수술을 활용한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는 갑상선을 제거하지 않으면서도 완치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방사성 원소를 복용하기 때문에 해당 치료법이 도입된 후 70년 넘게 피폭이나 암 발병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에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경진, 김신곤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대규모 비교 분석 연구를 시행했다. 2004~2020년 방사성요오드 치료를 받은 브레이브스병 환자 1만737명과 해당 치료를 받지 않은 5만3003명의 건강정보를 분석한 것이다. 각각은 나이, 성별, 진단 시기 등 조건을 맞춰 선별했다.
이 결과, 양쪽 환자들의 암 발생률과 암 사망률은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은 그레이브스병 환자에게 암이 발생할 가능성은 1000인·년당 5.66건이었는데, 방사성요오드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는 5.84건이었다.
특히, 연구진은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백혈병 발병과도 유의미한 관계가 없다고 분석했다. 초기 분석에서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은 환자의 백혈병 발생 위험도는 2.23배 더 높았다. 하지만, 음주와 흡연, BMI(비만도), 이상지질혈증 등의 동반질환 등 백혈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인을 조정한 결과에선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즉, 이들 환자에서 백혈병 등 암을 유발한 요인이 복용한 방사성 요오드가 아닌 다른 원인의 영향이 더 컸다는 의미다.
김경진 교수는 “이번 연구가 그레이브스병 환자의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암 발생에 안전하다는 근거를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다만, 향후 해당 치료의 위험성과 환자의 이점을 더욱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선 장기적인 추가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당 연구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네카) 환자 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단(PACEN·페이슨)의 지원을 받아 진행했다.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미국 핵의학분자영상협회가 발행하는 학술지인 «핵의학연구(Journal of Nuclear Medicine)»에 최근 게재됐다. 논문 전문은 다음 링크(https://jnm.snmjournals.org/content/65/5/693)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