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가 혈관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경험을 기억해 유발된 짧은 분노의 감정이 적절한 혈류에 필수적인 혈관의 이완 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미국 컬럼비아대 어빙 메디컬센터 다이치 심보 박사팀은 분노, 슬픔, 불안 등 부정적 감정이 혈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기존 연구에 의하면, 혈관 이완 능력이 손상되면 혈관 내피에 콜레스테롤 침착이 일어나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죽상동맥경화증 위험이 높아져 심장병과 뇌졸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18세 이상인 건강한 참가자 28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평균 연령은 26세였으며 약 절반이 여성이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편안한 상태에서 30분 동안 쉬도록 한 후, 혈압과 혈류를 측정해 혈관 확장 정도를 확인하고 혈액 샘플을 채취해 세포 손상 정도와 세포 재생 능력을 평가했다(0분).
그런 다음 △분노를 유발했던 기억 회상 △불안을 일으킨 기억 회상 △슬픈 감정을 유발하는 글 읽기 △반복적으로 100까지 세어 감정적 중립 상태를 유지하기 등 네 그룹에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배정해 과제를 수행하도록 하고 이후 3분, 40분, 70분, 100분 등 네 번의 시점에 걸쳐 다시 반복 측정했다.
분석 결과, 분노를 일으킨 과거 사건을 회상하는 과제를 수행한 참가자들은 0분에서 과제 수행 후 40분 사이에 혈관 확장 정도에 손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40분 이후에는 더 이상 이런 손상이 확인되지 않았다. 불안과 슬픔을 유발하는 과제를 수행한 그룹에서는 어떤 시점에서도 혈관 내벽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심보 박사는 “분노 상태를 유발하는 것이 혈관 기능에 손상을 준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며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사람을 위한 효과적인 개입 목표를 식별하는 데 있어 분노와 혈관 기능 장애 사이의 근본적 연관성에 대해 조사하는 것이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심보 박사는 이번 연구가 젊고 건강한 참가자를 대상으로 해 다른 질환으로 인해 약물을 복용할 가능성이 높은 노년층에도 이러한 결과가 적용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단 점을 지적했다. 또한 실제 상황에서 평가된 결과가 아니며, 촉발된 감정의 단기적 영향만 평가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협회 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에 ‘Translational Research of the Acute Effects of Negative Emotions on Vascular Endothelial Health: Findings From a Randomized Controlled Study’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