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속마음을 털어놓을 상대가 있나? 외로움이나 우울감을 느끼면 TV 시청이나 음악 감상, 혼술(혼자하는 음주)로 해소한다면? 고독, 외로움은 건강의 ‘독’이다. 건강수명(건강하게 장수)의 필수 요건 중 ‘친구와의 교류, 사회적 관계’가 꼭 들어가는 이유다.
속마음 드러내기 쉬운 대상은 친구… 현실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4월 4~8일 전국의 19~5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외로움 관련 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로는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40.0%, 중복응답)는 점을 가장 먼저 꼽았다. 딱히 만날 사람(38.6%)이나 마음을 터놓을 사람이 없고(36.0%), 그냥 세상에 나 혼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32.8%)는 응답이 그 뒤를 이었다.
어려울 때 자신을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딱 한 명의 친구만으로도 그 어려움은 극복할 수 있고(81.8%, 동의율), 좋은 친구가 있다면 인생은 정말 살 만한 것 같다(82.7%)는 응답이 높았다. 실제로 속마음을 드러내기 쉬운 대상으로도 친구(61.6%, 중복응답)를 언급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외로움이나 우울감을 토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친구에게도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힘들다(28.0%) 응답도 적지 않았다. 평소 외로움을 해소하는 방법으로도 TV 시청(37.7%, 중복응답), OTT 시청(36.8%), 음악 듣기(35.3%) 등 콘텐츠 이용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외로움은 흡연과 비만만큼이나 심각한 공중보건 위기”
최근 미국 공중위생국은 외로움이 흡연과 비만만큼이나 심각한 공중보건 위기라는 경고 성명을 발표했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은 치매 발병 가능성이 50%, 뇌졸중 위험 32%, 심장병 위험을 29%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로움은 우울증, 불안장애, 자살 등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져 조기 사망 위험이 60% 높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도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문제를 다루는 정책을 수립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건강 장수 원한다면… “지금 골방이나 소파에서 벗어나야”
90세, 100세 건강 장수인들은 부지런히 사람들을 만나는 경향이 강하다. 가족들은 물론 친구, 이웃과 자주 만나 교류를 이어간다. 종일 골방이나 소파에서 머무는 사람은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 실제 건강도 좋지 않아 “움직이기 귀찮아서” 집에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가장 위험한 병인 치매는 우울증이 출발점인 경우가 많다. 주위와 고립이 깊어지면 우울증을 의심해 병원 진료를 권하는 사람도 없다. 집 밖으로 나가 대화를 나눌 상대를 찾는 게 좋다.
부부끼리 술 자주 마셨더니… 건강 장수에 도움, “운동이 더 기여”
국제 학술지 노화학(The Gerontologist) 최근호에 부부가 술을 함께 마실 경우 남편-아내 모두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논문이 실렸다. 미국 미시간 대학 연구팀이 50세 이상의 부부 4566쌍을 상대로 2년마다 음주 패턴에 대해 인터뷰했다. 질문의 핵심은 ‘지난 3개월 동안 배우자와 함께 마셨는지’ 여부였다.
그 결과 부부가 함께 술을 마신 사람들은 건강 장수에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와의 친밀감 및 관계 만족도가 높아져 외로움 해소, 수명 연장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부부끼리 술을 더 많이 마시라는 의미는 아니고 친밀감을 높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연구와 별도로 부부가 음주보다는 운동을 함께 하면 건강수명에 도움이 된다는 논문들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