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자극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불쾌한 흥분 상태가 지속되는 병을 앓는 21세 여성 사연이 공개됐다.
미국 뉴욕포스트,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에 사는 스칼렛 케이틀린 월렌은 생식기 지속 흥분장애(Persistent Genital Arousal Disorder·PGAD)를 앓고 있다. 이 병은 성적 자극이 없어도 비정상적인 성적 흥분을 느끼고 생식기 통증이 나타난다. 과잉 성욕, 성중독 상태와는 다른 병으로 원치않는 신체적 변화에 심리적 고통도 수반된다.
스칼렛은 6살 때부터 PGAD 증상을 겪었다. 이후 15년간 통증이 없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는 “피부 밑에서 벌레가 불타는 것 같이 화끈거린다”며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흥분하게 되고 신경 통증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증상이 발현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때문에 친구를 사귀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었고 사람들과 오래 어울리지도 못했다. 친구와 놀거나 일, 공부조차 하기 어려운 삶을 보냈던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증상은 낫지 않고 심각해질 뿐이었다. 결국 스칼렛은 부모님에게 PGAD를 앓는 사실을 고백하고 고등학교 졸업 직전 처음으로 의사를 만났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샌디에이고 성의학 클리닉(San Diego Sexual Medicine Clinic)을 찾은 스칼렛은 PGAD와 함께 항우울제로 인한 성기 마비 등 여러 성 문제를 겪고있는 것을 확인했다.
또 태어날 때부터 골반 신경이 촉각에 과민 반응하는 선천성 신경증식성 전정증이라는 병도 앓고 있는 사실이 발견됐다. 의료진들은 이 병이 PGAD를 유발하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후 스칼렛은 고통을 유발하는 생식기 신경의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도 받고, 정상적으로 성욕을 느끼고 성생활을 하는 것을 목표로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스칼렛은 “언젠가는 PGAD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성관계를 갖는 등 삶을 살길 원한다”고 밝혔다.
성기능 장애 일종으로 2001년 처음 학계에 보고돼…성별에 따라 증상 달라
성기능 장애의 일종인 PGAD는 해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드문 병이다. 지난 2001년 처음 학계에 보고된 희귀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생 이유는 다양하다. 골반 혈관 기형, 신경 이상, 약 부작용, 성호르몬 변화, 생식기 손상 등 여러 요인이 PGAD의 원인일 수 있다.
증상은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여성은 위 사연의 스칼렛처럼 원치않은 오르가슴을 반복적으로 경험한다. 음핵이 찌릿하고 질이 흥분된 것처럼 부푼 느낌, 평소와 질이 다른 느낌이 들고 유두나 음핵이 발기한 상태가 된다. 남성은 성욕이 없는 상태에도 몇 시간씩 발기가 가라앉지 않고 통증이 동반된다. 이 상태는 영구 발기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응급질환으로 분류된다.
정신적 고통도 발생…약물 등으로 증상 완화하는 보존적 치료 진행
신체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도 뒤따른다. 실제 PGAD 환자는 공황 상태를 흔하게 경험하고 약 54%는 자살을 생각한다는 보고도 있다. 사연의 여성처럼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을 비롯 가족에게 알리지 않아 치료 시기가 늦춰지면 더 심한 고통으로 작용한다.
남녀 증상이 다른 만큼 치료도 다르게 이뤄진다. 여성은 대부분 약물을 이용해 증상을 완화·관리하는 보존적 치료를 한다. 안정제나 증상을 악화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남성은 혈관확장제 등 약물 등으로 보존적 치료를 진행하며 필요에 따라 응급수술을 해야 한다. 우울, 불안, 스트레스 등 심리적 요인에 대한 검사와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