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프면 식욕이 생기고, 배가 부르면 식욕이 사라진다. 하지만 속이 메스꺼우면 배가 고파도 식욕이 사라진다. 왜 그럴까?
포만감에 반응하는 뇌 회로와 메스꺼움에 반응하는 뇌 회로가 별개로 작동하기 때문이라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셀 리포츠(Cell Reports)》에 발표된 독일 막스 플랑크 생물지능연구소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19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뇌 안의 ‘편도체 중심핵 단백질 키나제 C-델타 효소 관련 신경세포군(CePkcδ)’이 포만감, 메스꺼움, 쓴맛 같은 혐오자극에 반응해 여러 식욕부진 신호 효과를 매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편도체 중심핵 Dlk1 유전자 관련 신경세포군(CeADlk1)’은 메스꺼움을 유발하는 물질에만 반응해 섭식 억제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했다.
연구진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광유전학이라는 빛 기반 기술을 사용해 실험 전 몇 시간 동안 먹이를 먹지 않은 생쥐들의 CeADlk1을 인위적으로 활성화시켰다. 해당 신경세포군이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는 먹이를 먹던 생쥐들이 해당 신경세포군이 활성화되자 더 이상 먹이를 먹지 않게 됐다.
논문의 주저자인 막스 플랑크 생물지능연구소의 웬유 딩 박사후 연구원은 “메스꺼움을 느끼는 신경세포를 인위적으로 활성화하면 쥐는 매우 배가 고파도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메스꺼움과 허기를 동시에 느끼는 생쥐들은 먹이에 거부감을 보였지만 CeADlk1을 비활성화하자 먹이를 먹기 시작했다.
미국 애리조나대의 하이장 차이 교수(신경과학)는 메스꺼움을 조절하는 뇌 회로를 이해하는 것은 비만과 거식증 환자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식사 조절 장애를 연구하는 데 있어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차이 교수 연구진은 2014년 《네이처 신경과학(Nature Neuroscience)》에 포만감과 메스꺼움에 포괄적으로 반응해 식욕을 조절하는 CePkcδ 신경세포군의 존재를 처음 보고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메스꺼움과 포만감이 서로 다른 뇌 회로에 의해 제어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차이 교수는 “앞으로 포만감을 조절하는 신경회로를 표적으로 삼아 식욕을 억제하고 메스꺼움을 유발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면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스꺼움의 신경회로가 통제 가능하다면 일부 식욕 억제 약물로 인한 메스꺼움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항암치료의 부작용으로 인한 메스꺼움으로 영양 섭취에 어려움을 겪는 암 환자나 입덧이 심한 임산부가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도 있게 될 것이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cell.com/cell-reports/fulltext/S2211-1247(24)00318-8?_returnURL=https%3A%2F%2Flinkinghub.elsevier.com%2Fretrieve%2Fpii%2FS2211124724003188%3Fshowall%3Dtrue)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