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보다 채소를 먼저 먹고, 빵(밥)보다 고기를 먼저 먹는 것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섭취 순서로 보면 채소(섬유질)→고기(지방 단백질) → 빵(탄수화물) 순이다.
영양소 순환이라고도 불리는 이 섭취법은 음식이 위를 떠나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더 오래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중요한 사실이 하나 더 제기된 것이다. 채소→고기 → 빵 순서대로 먹는 것이 기적의 비만약이라 불리는 오젬픽(Ozempic)에서 촉발된 것과 동일한 호르몬인 GLP-1의 분비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양학 전문 의사인 제니퍼 애쉬튼 박사는 미국 아침방송 굿모닝 아메리카(Good Morning America)에 출연해 “식사를 할 때 생야채와 같은 섬유질로 시작해 저지방 단백질과 건강한 지방을 먹는 다음 마지막에 빵이나 파스타, 밥과 같은 탄수화물을 먹으면 GLP-1 호르몬을 자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GLP-1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으로 회장과 대장의 세포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incretin) 호르몬이다. 장관 내 포도당 농도에 자극을 받아 분비되어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는 작용을 한다. 포도당 농도에 따라 작용하기 때문에 저혈당이 발생하지 않는 장점이 있고 이외에도 소화기관의 운동저하, 식욕 억제 등의 이점이 있다고 알려져있다.
이 GLP-1 호르몬이 영양소 순환법에 의해서도 촉진될 수 있다는 연관성은 다양한 연구에서 입증됐다. 실제로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인간영양연구소의 2019년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 전단계 환자의 경우 채소로 시작하여 탄수화물로 끝나는 식단을 구성하면 혈당 급등을 46%까지 줄일 수 있다.
혈당이 안정되면 비만 및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낮아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 당뇨병 환자 16명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채소, 단백질, 탄수화물 순으로 섭취하고 그 사이에 10분간 휴식을 취하면 당뇨병 치료제와 유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17년 코넬과 컬럼비아의 당뇨병 전문가들이 수행한 이 연구는 규모는 작지만 영양 순환이 당뇨병 환자의 혈당 수치를 개선하는 ‘효과적인 행동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2023년 미국영양학회지에 발표된 올드도미니언대학교 연구진의 리뷰에 따르면, 당뇨병이 없는 사람에게도 영양 순환의 이점이 있을 수 있다.
연구진은 이 주제에 관한 11개의 이전 연구를 분석한 결과, 식사 마지막에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인슐린 수치가 낮아지고 GLP-1 수치가 높아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 UCLA의 내분비학자인 비자야 수람푸디 박사는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높은 수준의 GLP-1은 음식이 위를 떠나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더 오래 느끼게 해 식사량을 줄이고 혈당을 더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GLP-1은 소화를 늦추고 뇌에 배가 고프지 않다고 알려준다는 것.
이 영양순환 섭취순서는 채소와 단백질과 같이 칼로리가 적은 음식으로 몸을 채우기 시작하기 때문에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 수 있다. 2023년 영양소 저널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결국 에너지 밀도가 높은 탄수화물의 섭취량을 줄이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체중 감량의 대부분은 섭취하는 칼로리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태우는 데서 비롯되므로, 칼로리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애쉬튼 박사는 “체중 감량이나 식습관 개선을 원한다면 영양소 순환이 조금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이 방법을 통해 가장 큰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당뇨병이 있거나 비만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영양소 순환은 음식을 즐기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 한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좋다. 식사는 즐거워야 하고, 맛있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