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원하는 사람에게 부부 성생활에 관해 물어보면 “성관계 안 한지 오래됐는데…”라고 답하는 여성들이 꽤 있다. 요실금 수술을 위해 내원한 50대 주부도 이런 말을 해서 “혹시 이혼이나 사별을 하셨어요?”라고 물었더니 십여 년 전 남편이 외도를 해서 각방을 사용했는데 그때 이후 따로 잠을 자다 보니 자연히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부부가 오랫동안 각방을 쓰면 부부관계가 좋지 않게 된다.
결혼 초기의 부부는 대부분 아기 때문에 각 방을 쓰게 된다. 수시로 깨는 아기가 수면을 방해하므로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하는 남편들은 딴 방에서 자는 경우가 많다. 중년의 부부에서는 배우자의 코골이 때문에 따로 자는 경우가 있다. 또 한 사람은 방바닥에서 자고 다른 한 사람은 침대에서 자서 같은 방에서 자기는 해도 한 이불을 덮고 자지 못하는 부부도 있다. 이렇게 되면 부부의 성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다른 방에서 혹은 같은 방에서 다른 이불을 덮고 자는 부부라고 해서 모두 성관계가 단절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이런 상황에서도 나름대로 성관계는 꾸준히 유지한다. 성관계가 유지된다면 두 사람의 관계 자체가 단절되지는 않는다. 성관계가 두 사람 사이를 이어 주는 연결고리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편의 외도 후 각방을 쓰는 것은 좀 다르다. 외도 후 각방 사용은 바로 성관계의 단절을 의미하기 때문에 부부관계에 위기가 올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상처를 받으면 위로받고 싶어 한다. 특히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안 아내는 누군가의 위로가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마땅히 위로해 줄 사람이 없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스스로를 위로하는 ‘셀프 터치’를 한다. 어둡고 컴컴한 방의 벽에 기대어 무릎을 끌어안고 얼굴을 파묻는데 이 자세는 자궁 안에 있는 태아의 자세와 유사하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심리적인 안정을 가져다 준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자세는 피부끼리의 접촉을 많게 해서 스킨십에 따른 안정 효과까지 주기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런 행동을 한다.
셀프 터치든 타인에게 받는 스킨십이든 상처받은 여성은 스킨십이 꼭 필요하다. 스킨십은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켜 정서적인 안정감과 친밀감을 느끼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왕 받는 스킨십이라면 셀프 터치보다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받는 것이 좋다. 가까운 사람이 어깨를 두드려 주고 안아 주면 마음의 위로를 얻어 빨리 회복될 수 있다. 그렇다면 아내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은 누구일까? 미우나 고우나 남편이다. 비록 외도를 해서 밉지만 그래도 함께 살아갈 남편이자 사랑하는 아이들의 아빠다. 평생 용서할 마음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관계를 좋게 만들고 싶다면 무엇보다 남편의 스킨십을 허락해야 한다.
하지만 남편이 밉다고 다른 방에서 잠을 자게 되면 이런 스킨십의 기회는 영영 오지 않을 것이고 그로 인해 성관계의 단절과 함께 부부관계는 더욱 나빠지게 된다. 물론 여성은 마음이 열려야 몸이 열리는 것이지만 거꾸로 스킨십을 하다 보면 자연히 분노의 감정이 누그러지고 사랑의 감정이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처음에는 남편에 대한 분노로 가까이 오는 것조차도 싫어 같은 방에서 자는 것이 힘들겠지만 부부관계의 회복을 위해서는 최소한 잠은 같은 방에서 자야 한다. 같이 자다 보면 아무래도 자연스럽게 스킨십의 기회도 올 것이고 따라서 부부관계가 회복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