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
SLOW DOWN 느리게 하기
사정을 한 남자는 순식간에 기분 좋은 아기 동물처럼 나른하고 온순해진다. 침과 체액이 묻은 서로의 몸을 닦아주고 포근한 이불 안에서 꼭 껴안은 채 누워 있는 그 순간이 섹스보다 더 좋다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 남자의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넣어 부드럽게 긁듯이 쓰다듬거나 눈꺼풀, 입술, 턱 아랫부분, 귓불, 귀 아래 목, 쇄골 중앙 등 피부가 얇고 예민한 부위에 천천히 입을 맞추고 배꼽 주변을 살살 쓸어주는 것도 좋다. ‘좋다’라고 쓴 이유는 가끔 이 단계에서 느릿느릿 서로를 만지고 쓰다듬는 손에 차츰 속도가 붙으면서 곧장 두 번째 섹스로 이어지곤 하기 때문이다. ‘타임아웃이 없는 게임의 묘미’는 단지 야구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