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과장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남녀 관계의 궁극은 섹스가 아닌가 싶다.
이제 막 시작하는 달콤한 연인 관계에서나, 물 좋은 클럽을 순례하는 부킹 남녀의 관계에서나 결국 최종 목적지는 섹스라는 걸 보면 둘 사이에 사랑이 있고 없고를 떠나 어쨌든 결론은 섹스가 아닐까? 그리고 그 섹스의 궁극은 두말할 것도 없이 오르가즘일테고.
완전한 사랑의 일치감을 위한 섹스든 하룻밤을 위한 급조된 만남에서의 섹스든 결국 ‘오르가즘’을 위해 숨을 헐떡이고 자세를 바꿔가며 그렇게들 열심히 피스톤 운동을 한다는 것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게다가 이 오르가즘이란 것은 한번 맛 보면 절대 잊을 수가 없을뿐더러 점점 그 이상을 원하게 만드는 묘한 중독성도 가지고 있다 보니 섹스를 하는 사람은 남자든 여자든 절대적으로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100m 달리기처럼 정해진 골인 지점이 있는 것도 아니니, 말로 하긴 쉬워도 매번 할 때 마다 도달하기도 어렵고.
특히나 여자들의 경우엔 어떤 파트너를 만나느냐에 따라 느끼냐 못 느끼느냐가 달려있기도 해서 사정 후에 그렇게들 ‘좋았어? 느꼈어?’를 확인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가끔은 다들 너무 오르가즘에만 집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여자들마다 오르가즘을 느낄 때 나타나는 징후들이 다르고, 또 섹스 할 때마다 나타나는 반응도 다른데 한결같이 ‘눈앞이 하얘지고, 숨이 턱턱 막히면서 온 몸이 부르르 떨리는’ 것만이 오르가즘이고, 그래야만 만족스러운 섹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간혹 남자들 중에 ‘난 할 때마다 죽여준다’는 뻔뻔한 멘트를 내뱉으며 자신의 섹스 실력을 과시하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는 걸 보면.
그건 그녀들 역시 마찬가지다.
누구는 절정에 다다르면 발가락이 오그라들면서 쥐가 나고, 누구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 버리고 싶고, 또 누구는 숨도 제대로 못 쉴 만큼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어지럽다더라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는 마치 그런 걸 못 느끼면 안 되는 것처럼 오르가즘에 집착한다. 그렇지만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매번 맛있는 게 아닌 것처럼 섹스라고 해서 매번 오르가즘을 느껴야 한다는 집착은 오히려 둘 사이의 즐섹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할 때마다 ‘죽을 것 같은’ 오르가즘이 팍팍 느껴진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해피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그녀가 오르가즘을 느꼈는지, 안 느꼈는지로 매번 의기소침해 질 건 없다는 말이다. 할 때마다 변강쇠가 될 순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격렬하게 느끼는 오르가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만족감도 있는 법이고, 대부분의 여자들은 현란한 테크닉의 섹스 머신이 아니라 애정 담긴 손길을 더 원하기도 하니까. 어차피 섹스란, 그리고 오르가즘이란 다른 사람들은 어떻다더라 하는 기준을 따를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정서적, 육체적인 노력으로 얻어지는 만족감이라는 걸 잊지 마시길. 노력한 결과에 비해 일취월장하는 결과를 가져다 주는 건 섹스만한 게 없으니 설령 진짜로 어설픈 섹스 테크닉을 가졌다고 해서 미리부터 포기하는 일은 없으셨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