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혈액종양내과 후배에게서 협진 의뢰가 들어왔다.
“필빈언니, 만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항암 치료와 골수 이식을 위해 입원한 45세 남자인데요. 갑자기 열이 나기 시작했어요. 온몸을 샅샅히 뒤져 원인을 다 찾아봤는데 성기에 피부 궤양이 있는 거 외에는 다른 이상은 없어요.”
“파라핀 주사했대지?”
“어~ 귀신같이 알아 맞추네요. 재작년에 성기에 파라핀을 주사했대요. 귀두 아랫쪽이 징그럽게 커졌고 울퉁불퉁한 피부가 썩어서 진물도 많이 나요. 열의 원인이 성기 때문인 것 같아요. 열 나는 원인이 몸에 남아 있으면 골수 이식을 못하거든요. 빨리 좀 봐주세요.”
환자는 2년 전 백혈병 진단을 받고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파라핀을 주입해서 성기의 크기를 크게 한 후 평소 소원하던 윤락 여성을 찾아갔던 것이다.
“제 남편이 성기에 이런 짓을 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어요. 백혈병에 걸린 남편이 혹 성관계를 하다가 병이 악화될까봐 저는 요구도 못하고 참아왔는데….” 부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환자는 파라핀 제거 후 피부 결손 부위가 너무 커 피부 이식까지 받았다.
남자들의 성기 크기에 대한 욕망은 동서를 막론하고 대단하다. 논문에 따르면 서양보다는 동유럽과 아시아에서, 자신감이 결여된 사람일수록 성기 확대술에 대한 욕구가 강한 경향이 있다. 최근에는 진피(眞皮) 이식을 이용한 성기확대술이 비뇨기과에서 많이 행해지나 비용이 만만치 않아 경제력이 없는 사람들은 불법으로 파라핀이나 바세린을 주사하는 ‘사술(邪術)’을 받고 있다.
파라핀 주입 후 85% 정도는 수년 내지 수십 년 후 이물(異物) 반응에 의한 감염, 피부 괴사, 통증, 발기 부전 등의 부작용이 오기 때문에 결국 제거수술을 해야 하는 데, 이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아 제거수술도 못받고 후회의 나날을 보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이물반응이 너무 심하면 제거수술 후 피부이식까지 받아야 하며, 성기의 모양이 흉해 여성들에게 불만의 소리를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여성들은 남성들의 성기 크기 자체보다는 얼마나 기술적으로 정성껏 애무를 잘 해주나에 더 관심이 많다. 성기 크기 때문에 열등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성기확대술이 도움이 될 수는 있으나 불법 사술을 해서 몸을 해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