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팬츠의 유행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요즘 핫팬츠는 바짓단이 짧아도 너무 짧다. 조금만 몸을 숙여도 바짓단 아래로 엉덩이 아래 곡선이 보일 정도니까. 엊그제 쇼핑몰에서 바지끝단이 너덜너덜한, 데님 핫팬츠를 입은 여자가 내 구매 줄 앞에 서 있어서 든 생각이다.
섹스에 관한 고대문헌을 보면 엉덩이 곡선과 허벅지가 만나는 부위를 신성시했다고 전해진다. 성기와 인접한 부위다보니 아무래도 그 영향이 있지 않나 싶다. 전문가들은 남자는 유전적으로 여자의 하체를 보게끔 설계되었다고 말한다. 물론 이런 본능이 남자에게만 해당하는 내용은 아니다. 모델이나 운동선수, 무용수의 강철처럼 단단한 하체가 여자에게 어필하는 매력은 두말 하면 입 아프다. 적당히 굴곡이 있고, 탄력 넘치는 엉덩이와 허벅지를 보고 사람들은 성적 매력을 느낀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속옷 모델들이 손바닥만 한 팬티를 입고 워킹하는 모습을 보면 경이로움마저 느낀다. 철저한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다져진 풍만한 하체 주위로 ‘섹시함’의 오라가 번쩍번쩍하니까.
예전 남자친구 중에 유난히 내 엉덩이에 집착하는 사람이 있었다. 정확히는 엉덩이와 허벅지가 만나는 그 언저리, 엉덩이 아래다. 솔직히 말해서 내 엉덩이는 아주 평범하다. 킴 카다시안처럼 멋지게 솟아오른 엉덩이의 근처에도 못 가는 수준? 여하튼 둘이 데이트를 할 때 내가 앞장서 걸어가기라도 하면 그 남자는 내 엉덩이를 슬쩍 터치하곤 했다. 처음에는, 힙 업 운동을 하라는 의도로 만지는 것인가 하고 살짝 기분이 나빴는데, 두고 보니 그런 건 아니었다. 일종의 엉덩이 페티쉬? ‘좋아해’, ‘하고 싶다’ 등의 신호를 엉덩이 터치로 표현하는 남자였던 거다. 한동안 그 친구 때문에 카페나 술집을 갈 때 계단으로 오르는 곳을 선택하기가 꺼려질 정도였다. 침대 위에서는 몰라도 길거리에서 남자(아무리 남친이라도!)가 내 엉덩이를 만지면 아무래도 방어기제가 발동한다. 길에서 남친의 엉덩이 터치를 받을 때마다 늘 ‘거슬림’의 에너지를 발산했던 기억이다.
사실 이 부위는 가벼운 터치만으로도 쉽게 자극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잘만 활용하면 대단한 쾌락의 포인트로 만들 수 있다. 커플끼리 가볍게 엉덩이를 때리고 주무르고 허벅지 아래를 주무르는 것만으로도 엔도르핀이 생성되어 섹스를 더더욱 즐겁게 할 수 있다.
파트너의 엉덩이와 허벅지가 만나는 라인을 자극하기에 최적인 자세는, 69다. 기본 69 자세에서 파트너의 엉덩이와 허벅지가 만나는 선을 주무르고, 꼬집고, 손바닥으로 살짝 내리치는 테크닉은 섹스를 하는 사람에게 심리적인 ‘갑질’을 할 때의 기쁨을 준다. 마치 세상에서 젤로 ‘나쁜’ 인간을 침대에서 내 맘대로 요리하고 있는 기분이랄까. 물론 ‘이렇게까지 정열적인 남자가 아닌데 니가 날 이렇게 만들어~’ 라는 게 섹스 마인드의 기본 세팅에 깔려야 한다. 니가 너무 좋아서 그래!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서로의 엉덩이를 주무르는 거, 하나도 안 부끄럽다! 라는 자세, 아주 중요하다.
간혹 파트너가 당신의 그런 섹스 의도를 캐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전 세계 여성 인구의 90% 이상이 셀룰라이트로 고민하는데, 엉덩이와 허벅지 부위 셀룰라이트는 살을 쥐었을 때 유독 티가 많이 나는 부위다. 셀룰라이트로 내심 고민이 많은 그녀인데, 남친이 자신의 엉덩이와 허벅지를 갑자기, 마구 주물러대면 원치 않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몸으로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말로 설명해주면 된다. 철저히 여자의 관점에서 드리는 어드바이스다.
또, 남자가 여자의 뒤에서 진입할 때 습관적으로 골반을 잡을 게 아니라 그녀의 엉덩이를 간단 성형하는 느낌으로 들어 올려 미는 동작을 해보자. 손바닥을 쫙 펼쳐 그녀의 엉덩이를 받친 다음 양 엄지에 힘을 주어 엉덩이 아래쪽 살을 위로 쭉쭉 미는 거다. 파트너로 하여금 엉덩이와 허벅지 미용에 신경을 쓰도록 하는 부수효과도 있지만 신경이 온통 성기에만 가는 것을 막아주어 갑작스런 흥분으로 인한 조기 사정의 위험을 막는 데도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