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다. 점심을 먹고 친구들과 모여 앉아 수다를 떠는데 한 아이가 야한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했다. 배경은 조선시대. 도령과 처녀가 첫날 밤, 잠자리를 가진다. “여기가 맞느냐?” “아니옵니다.” “그럼, 여기가 맞느냐?” “아니옵니다.” 살짝 열이 받은 도령. “그럼, 여기가 맞느냐?” 처녀 왈, “앙닝옹닝당.”
그 자리에서 오럴 섹스를 캐치하고 제일 크게 웃은 사람은 물론 나였다.
시간이 흘러 생애 처음으로 오럴 섹스, 정확히는 69자세로 그의 페니스가 내 얼굴의 3㎝ 앞에 버티고 있을 때였다.
그림으로, 영상으로 이미 수백 번도 더 본 69 포지션이지만 막상 실제로 하려고 하니 긴장해서 살짝 식은땀마저 나려고 했다. 내 머리 위에 남자의 얼굴이 아닌 귀두가 있다는 게 초현실적이기까지 했다.
상상 속의 나는 이미 남자의 페니스를 아이스 바처럼 물고 빨며 당대 최고의 포르노 여배우를 능가하는 오럴 스킬을 뽐내지만 현실에선 남자의 성기가 내뿜는 이상한 존재감에 쫀 나머지 입만 앙다물고 있다. 뭐든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고 하면 적든 많은 저항감이 치민다. 그래서 습관대로 카페에 가면 창가 자리에 앉고, 아침에 가글을 한 다음 이를 닦고, 팬티를 입은 뒤 브라를 착용한다.
패턴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편하니까. 그리고 에너지를 아낀다. 모든 일을 매번 새로 배우고, 생각해야 한다고 상상해보라. 하루가 너무 힘든 나머지 수명이 스무 살도 미치지 못 하게 될 걸?
하지만 일정루틴이 주는 안정감은 반드시 질리는 타이밍이 있다.
비슷한 패턴의 잠자리에 익숙해질 즈음 남자의 성기가 평소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고, 새로운 자극이 바로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