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나는 조선시대 처녀 이야기를 떠올렸다. 뭐든 재미있는 이야기가 끼면 부담이 던다. 암기과목을 공부할 때도 웃긴 이야기를 만들어 대입시키면 재미없는 부분도 잘 외워졌다. 재미있고 야한 이야기의 주인공에 나를 대입하면 그다음부터는 거칠 게 없다.
내 침대에서 각색된 처녀 이야기는, 남자의 성기를 우연히 무는 게 아니라 본인이 좋아서, 플로우에 따라 자연스럽게 남자를 삼키는 섹스의 여신이다. 그리고 여기엔 약간의 관점 변화가 필요하다.
남자의 성기는 배에서 좀 더 아래로 내려온 살덩이의 연장이다, 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믿기 시작하면 그동안 내가 왜 페니스를 입에 집어넣는 걸 부담스러워 했을까 하고 스스로 의구심이 들 거다. 아이를 둘이나 낳았지만 남자의 페니스를 입에 무는 것만은 절대 싫다고 정색한 지인에게 이 ‘살덩이의 연장’ 론을 섹스 팁으로 전했더랬지. 그녀가 내 조언을 듣고 69 자세에 대한 관점에 변화를 주었는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주문을 왼다. 그냥 똑같은 살일 뿐이야. 그의 입술도 손가락도 잘 빨면서 거시기라고… 왜 못 해… 그의 중심부를 입 안에 슬쩍 넣고 굴려도 봤다가 이로 살살 긁어도 보고, 내 눈썹 위에서 댕글거리는 고환도 결을 따라 위로 핥는다.
여자의 젖꼭지처럼 민감한 부위다 보니 살살 혀로만 문지르는데도 흥분해서 고환이 몸으로 더 달라붙는 게 보인다. 그의 성기를 입에 넣었다 빼는 데 집중하다보니 어느 새 그의 음모가 두 사람의 열기와 땀에 의해 축축하다. 이마에 닿는 남자의 음모는 바닷가에 떠내려 온, 먹을 수 없는 해초 같다. 시큼하고 따끔따끔하다.
내가 단단한 ‘그’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남친이 내 하반신을 생굴 즙을 흡입하듯 빨아들이는 걸 잊고 있었다. 세상에. 내 입가에 묻은 감자튀김 부스러기 하나 자기 손으로 떼어 준 적 없는 사람이 어떻게 거길. 내 하반신과 상반신이 이제 완전히 다른 영혼이 든 것처럼 따로 논다. 잠시 멍해 있으니 남친이 자신의 성기를 내 입안 깊숙이 넣어 노크를 하듯 쿡쿡 찌른다. 네, 네, 집중합니다.
첫 발을 내딛는 것이 어렵지 익숙해지면 69자세만큼 재미있고 ‘배부른’ 포지션도 없다. 물론 할 때마다 나의 하반신 역시 모두 오픈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남자의 은밀한 부위를 마음껏 주무르고 핥고 눈으로, 입으로 먹을 수 있는 자세는 단연코 ‘식스나인’이다. 처음에는 성기보다 고환을 대하는 게 더 부담이었는데, 만지다 보니 어린 시절 키운 고양이의 발바닥도 떠오르고 알수록 사랑이 샘솟는다. 고환이란 아이는.
성기와 성기가 만나는 걸로 감격하는 건 초반의 섹스 몇 번이다. 그 시기가 끝나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한 나름의 카드가 필요하다. 상대방의 몸을 백 번은 더 본 것 같아도 매번 다른 느낌을 주는 건, 역시 그 사람의 성기다. 뭣보다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게 신기하잖아요! 가끔 섹스 대신 야식이 더 끌릴 때도 있는데, 그럴 때 69 포지션은 야식을 대체하는 역할까지 해낸다. 입안에 넣고 입술과 혀로 우물거리다보면 무언가 씹고 싶은 욕구가 금세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