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리 여성일수록 시각적 음란성 영상물에는 역겨움을 느끼다가도 청각성 포르노에는 쉽게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는 포르노에 관한 외국의 연구보고서가 흥미를 끈다. 실험적으로 여성에게 텔레비전의 볼륨을 극도로 줄여놓고 포르노를 보여주면 여성은 별로 성적으로 흥분하는 기색이 없다고 한다. 남성은 무성영화 같은 포르노를 보고도 페니스가 꼿꼿하게 발기하는 것에 비하면 전혀 색다른 양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성이 청각성 음란물에 무감각한 것은 결코 아니다.
비뇨기과 의사로서 보면 남편들 가운데는 양가 출신의 교양 있고 미모가 뛰어난 아내를 두고 상스럽고 거친 행동거지를 보이는 색주가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그 이유를 물어보면 정숙한 아내는 섹스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외도의 변을 듣는 경우가 많다. 모름지기 여성은 부부교섭시 거친 소리를 내는 것은 양반집 여자들이 취할 행동이 아니라는 가정교육의 영향을 받아서 스스로 흥분을 자제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불협화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본에서 전해지는 광인의 노래라는 유명한 단가(短歌) 중에 '여자와 동침에서 죽는다는 말이 듣기에 따라 자극적이고, 안신(安姬)이라는 창녀는 울기 때문에 잘 팔리네' 라는 구절이 있는 것을 보면, 옛 속요(俗謠)도 똑같은 매혹을 일컫고 있음을 간파할 수 있다.
이 속요가 시사하듯 청녀들은 호색적인 중년 남자들의 정복욕을 충족시켜 주려고 엑스터시의 소리를 일부러 꾸며대는 경우가 허다하고, 남성들은 뻔히 아는 이런 수작에 쉽게 넘어간다. 남자는 여자의 눈물에 약하다는 결점이 있으므로 섹스에 있어서도 여자가 눈물로 애원하는 제스처를 취하면 백이면 백, 모든 남성이 다시 찾아오게 된다고 하는 외국의 이름난 매춘부들의 고백을 잡지에서 읽은 적이 있다.
플레이보이들의 증언에 의하면 낙원동에 있던 모 요정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기생은 '스피커'라는 별명을 가졌던 P양이었다고 한다. 섹스에 있어서 그녀가 질러대는 흐느낌과 신음소리가 벽을 넘어 옆집까지 들리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그들은 그 유래를 설명했다. 섹스에서 여성이 소리로 보여주는 반응은 그 자체가 여성 자신의 가치를 높여주는 섹스의 특기인 동시에 남성이 전력투구한 노력에 대한 충분하고 값진 보수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정도로 여성의 감창이 남성을 사로잡는 불가분의 성적 요소임에도 여염집 아낙네들이 이런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짐짓 외면해 버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양한 인종이 몰려 사는 국제도시 뉴욕에서 시행된 한 섹스 조사에 의하면, 성적 쾌감의 극치에서 여성이 갖가지의 소리를 질러대는 현상은 동양보다는 서양, 황인종보다는 백인종에서 더욱 과장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혀놓은 바 있다. 그래서 여성의 기성은 당연히 학자들의 관심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일찍이 루보 박사는 '단속적이고 지리멸렬한 고통의 무의미한 말'이라고 했고, 리츠만은 '격렬한 호흡과 거기서 파생되는 야성의 소리'로 판명된다고 말했다. 또한 하벨록 앨리스는 '한 가지의 말이 무의식적 혹은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외국의 소설을 예로 보면 영탄(詠嘆.exclamation) 또는 의성(擬聲.onomatopoeia)의 나열에 불과한 것이 주종을 이루고 의미가 담긴 구절은 찾아보기 어려운데, 어떻게 보면 거칠고 불규칙한 호흡의 문자화라는 느낌마저 든다. 통상적인 경우에는 거칠어진 호흡과 단속적인 감탄사나 부사의 발성이 고작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것이 루보의 지적처럼 '무의미한 말'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표현상 길어져야 할 구절들을 생명이 용솟음치는 단계에서 극도로 압축시킨, 의미심장한 발성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뇌 속에서는 어떤 언어를 명령하지만 성적 흥분으로 교란 상태에 빠진 중추신경계가 그 통제능력을 상실함으로써 야기된 발성의 차질이라고 해석한다. 섹스에 있어서 여성이 발하는 감탄의 말은 의식주를 통한 일상생활에서는 아무리 좋은 음식에 감동하고 좋은 옷을 입어 기분이 좋아질 때에도 함부로 튀어나오는 찬사가 아니라는 사실에 남성들은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