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간에 남성의 정력을 떨어뜨린다는 식품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고사리, 율무, 모과가 있다. 간장도 그렇다. 이들 식품은 정말 남성의 정력을 떨어뜨릴까. 이런 설은 과연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이중 가장 많이 회자되는 식품은 바로 고사리다. 식료본초라는 한의서를 보면 고사리의 부작용으로 ‘다리에 힘이 빠져 보행곤란이 생기고 양기를 빼앗아 음경을 오그라들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남성의 성기능을 떨어뜨린다는 문헌적 근거다.
실제로 ‘생’고사리에는 티아민(비타민B1)분해효소가 있어 생고사리를 많이 먹으면 티아민결핍증이 생길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은 바로 다리에 힘이 빠져 걷기 어려워지는 각기병이다. 고사리와 성기능저하의 상관관계에 대한 정확한 연구결과는 없지만 티아민이 부족하면 말초신경·심혈관·모세혈관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생고사리에는 브라켄톡신 등의 발암성물질도 함유돼 있어 절대 생으로 먹어선 안 된다. 생고사리를 한번 삶은 후 말려서 보관한 다음 나물을 해 먹기 전 하룻밤 정도 찬물에 담가놓는다. 이 과정을 겪으면 티아민분해효소나 발암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 한마디로 생고사리는 남성의 정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또 남성의 정력을 떨어뜨리는 식품으로 간장이 있다. 간장섭취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수치와 관련된 연구는 꽤 많다. 사실 간장의 주원료인 대두가 문제다. 대두에는 식물성에스트로겐으로 작용하는 이소플라본함량이 높아 대두를 많이 먹으면 상대적으로 테스토스테론수치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대두를 많이 먹으면 이소플라본의 대사산물인 ‘에쿠올(equal)’이 많이 생성되는데 에쿠올은 항안드로겐(남성호르몬 총칭)으로 작용하면서 동시에 이것이 변환돼 생성되는 대사산물인 DHT(디하이드로 테스토스테론)의 활성을 차단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보면 대두가 성기능은 떨어뜨리지만 탈모에는 도움이 되겠다.
어쨌든 고농축된 대두추출물의 장기섭취나 고기 대용으로 콩단백질만 섭취할 경우 남성 성기능 측면에서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같은 이유로 식물성에스트로겐함량이 높은 석류, 칡 등도 너무 많이 섭취하면 남성 성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단 반찬이나 음료로 적당량 섭취하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
이와 함께 대표적으로 회자되는 식품으로 율무와 모과가 있다. 율무는 성질이 서늘하면서 습열(濕熱)제거효과가 큰 곡물로 열이 많고 잘 붓는 비만인 태음인에게 잘 맞는 곡물이다. 율무가 정력을 떨어뜨린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지만 만일 율무를 섭취하고 정력감퇴를 경험했다면 아마도 속이 냉하거나 몸이 마른 소음인의 일시적 경험일 수 있다.
모과는 근육경련이나 쥐가 잘 나고 다리와 무릎에 힘이 없는 증상에 효과적이다. 언뜻 보기에 성기능에도 도움이 될 것 같지만 반대로 성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오명이 있다. 추측컨데 모과가 뭉치고 단단한 근육을 이완시키는 효과가 있어 발기강직도를 방해할까 하는 걱정에서 출발한 것이 아닐까. 공교롭게도 율무에도 근육이완작용이 있다. 하지만 남성의 발기는 혈관의 충혈에 의한 것으로 근육수축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이런 걱정은 기우(杞憂)에 불과하다.
율무나 모과에는 부작용이 있다. 율무는 자궁수축작용이 있어 임신초기에 섭취하면 유산우려가 있다. 특히 율무뿌리는 과거 일부러 낙태를 시키기 위해 활용되기도 했다. 모과는 신맛이 강해 많이 먹으면 치아와 뼈를 약하게 한다. 태양인에게는 좋지만 태음인이나 소음인에게 맞지 않는 식품이다.
모든 식품은 건강에 도움이 되는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공존한다. 만일 자신의 체질과 증상에 맞지 않는다면 제 아무리 좋다는 식품도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식품의 쓰임새는 그리 단순하게만 볼 일이 아니다. 따라서 아무 걱정이 없으니 무작정 먹으라고 강요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