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남성들이 '대물'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듯, 여자들도 조임 콤플렉스가 있다. 이른바 명기(名器)가 되고 싶은 강한 욕망 말이다. 명기란 무엇일까? 흔히 명기는 대략 다섯 가지 정도로 정의할 수 있겠다.
1. 남성의 물건을 잘 조이는 질
2. 내부의 근육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질
3. 지렁이 천 마리가 지나가듯 내부 벽에 주름이 많은 질
4. 빠른 속도로 강하게 조이고 풀어주기를 반복할 수 있는 질 5. 애액이 많이 나오고 지스팟이 발달되어 있으며 오르가슴 시 사정하는 질.
위 정의에 따르면 명기를 가르는 기준은 모두 질의 조임을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질의 모양이나 수축 이완이 잘 발달된 여자라면 자연히 오르가슴도 더 잘 느낄 수 있다는 듯한 뉘앙스다.
이쯤에서 우리는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그럼 질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 하는 이유는 내가 명기가 아니기 때문이란 말인가? 아니면, 여성은 자신의 흥분이나 오르가슴과는 상관없이 남성의 페니스를 잘 조여주기만 하면 명기로서 칭송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럼 선천적인 명기라 일컬어지는 전설 속의 여인들은 너무 잘 조이는 기술로 남성을 빨리 넉다운 시켜 정작 자신들은 오선생 한 번 못 만나보고 한 평생을 지내왔던 건 아닐까? 그렇다면 이 명기론 자체가 오로지 남성들의 즐거움을 기준으로 놓고 이야기 되는 것 아닌가? 이것은 불공평하다.
잘 조이지도 못하고, 순수 질 오르가슴을 느껴본 경험도 없고, 클리토리스 애호가인 본인으로서는 좀 떨떠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치 않은 계기로 신 명기론을 주창하며 새로운 이론을 설파 중인 시인을 만났다. 시인이자 성 문화 혁명가로 활동 중이신 송현 선생이다. 선생은 본인의 저서 ‘SS 이론’을 통해 명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구식 명기는 거의 선천적이다. 선천적 명기란 말 그대로 신체적 조건이 타고날 때부터 명기인 것을 말한다. 이에 반해 후천적 명기란 신체 조건은 명기가 아니었는데, 부단한 노력을 해서 명기가 된 경우를 말한다. 구식 명기의 사명은 알파도 남자의 쾌감을 높이는 것이고, 오메가도 남자의 쾌감을 높이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남자에게 조금이라도 쾌감을 더 많이 주느냐가 관건이다.
구식 명기는 남자를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칠 만큼 헌신적이고 자기 희생적이다. 그 동안 명기 타령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앞서 말했듯이 독립문의 수축력이나 흡입력을 기준으로 명기를 판별했다. 그러다 보니 주로 기방이나 화류계에서 명기가 많이 발견됐던 것이다.
SS식 명기는 구식 명기처럼 독립문을 조여서 남자를 기쁘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질 좋은 다양한 오르가슴을 하나라도 더 많이 선물 받느냐가 중요하다. 섹스의 중심에 남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있다.
그 동안 조임 콤플렉스에 시달려온 삼천만 여성들에게 실로 반가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주장을 여자도 아닌 남자가, 그것도 지적이고 경륜 있는 시인 선생님이 해 주신다는 사실을 등에 업고 그 동안 "좀 더 조여봐!" 하며 자존심을 구겨놓던 남편과 애인님들을 향해서 "거봐! 잘 조여야만 명기가 아니라잖아?" 라고 반론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생겼으니 말이다.
그러나 사실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잘 조이는 여자가 되고 싶다. 잘 느끼고 열심히 하는 것도 당연 중요하지만 좀 더 탄탄한 질 근육으로 무장하여 남편을 꼼짝 못하게 만들고 싶은 욕구도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는다. 내가 상대방을 ‘뿅가게’ 해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도 없으며, 이것은 오르가슴만큼이나 잠자리에서의 질적 만족도를 높여주는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내 배가 불러야 남의 배고픈 것에도 관심이 가는 법. 자기 자신의 즐거움을 저 만치 제쳐두고 오직 상대의 즐거움을 위해 힘든 구령을 외치며 조이기 운동을 하는 것은 뭔가 손해 보는 기분이다. 다시 말해 피해의식을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조심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