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 회사원 J씨(33)는 요즘 고민이 많다. 2년 전에 사귀었던 애인과 헤어지던 무렵부터 조금씩 발기에 문제가 생기더니, 결혼할 사람과 얼마 전에 관계를 가졌을 때 발기 유지가 안 되어 실패한 것이다. 첫 발기는 그럭저럭 잘 되는데, 애무를 하는 중에 혹은 피스톤 운동 도중에 힘없이 수그러드는 모습을 벌써 세 번이나 보여주고 말았다. 지난 2년 동안은 별다른 파트너 없이 자위행위만 해왔는데, 해마다 조금씩 강직도가 떨어진다 싶긴 했지만 실제로 관계를 가져봤을 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여자친구를 보며 J씨는 불안함을 넘어 두려움이 느껴지는 지경이라 토로했다.
성적으로 흥분되었을 때 첫 발기는 되지만 성관계가 끝날 때까지 발기가 유지되지 못하고 도중에 소실되는 경우를 발기유지곤란이라 한다. 음경해면체로 유입된 혈액이 음경의 정맥으로 곧바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정맥성 발기부전이라고도 한다. 이에 비해 음경 동맥을 통해 음경해면체로 혈액이 유입되지 않아 첫 발기 자체가 안 되는 것을 발기유발곤란, 즉 동맥성 발기부전이라 부른다.
발기유지가 어려운 것은 원인적인 측면에서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볼 수 있다.
한 가지는 음경해면체를 둘러싸고 있는 구해면체근 및 탄력성 백막이 약화되어 음경 안에 팽창되어있는 음경 동맥을 충분히 지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동맥의 혈액이 정맥으로 바로 빠져나가는 경우이다.
다른 한 가지는 대뇌에서 성적 흥분에 대한 각성이 지속되지 못하여 신경이 신호를 받지 못하고 발기가 성관계 도중에 소실되는 것이다. 이 경우 첫 발기는 잘 되었는데 도중에 체위를 바꾸거나 할 때 갑자기 수그러들거나, 혹은 편안한 상대가 아니라 면식이 없는 낯선 파트너와 관계를 가질 때 긴장을 수반하며 발기가 소실되기 쉽다.
임상적으로는 첫 번째 경우의 빈도가 높다.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접하게 되는 것은 사정과 발기에 관여하는 전립선과 주변조직의 긴장으로 말미암아 음경으로 이동하는 신경과 혈관이 압박과 제한을 받는 경우이다. 일종의 울혈로 인한 허혈성 음경근육쇠약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전립선에 부종이 생기거나 세포증식으로 비대되는 경우 골반강 내에서 전립선의 공간점유가 커지게 되는데, 이 때문에 음경에 분포하는 혈관과 신경의 정상적인 기능이 제한을 받게 된다.
만성전립선염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며, 전립선에 염증성 변화까지는 아니더라도 부종과 긴장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우에도 이런 형태의 발기유지곤란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치료의 관건은 전립선과 주변조직의 긴장을 해소하고 울혈을 제거하여 음경의 근육과 근막으로 유입되는 혈류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한방에서는 골반 안쪽의 기혈 울체(鬱滯)현상으로 발생하는 종근(宗筋)이완현상으로 보고 있다. 염증의 제거에만 집중하여 정작 중요한 혈류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발기유지능력의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의학적인 치료를 통해 골반강의 혈류순환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경우는 뇌신경계 차원에서 성흥분에 관련된 중추의 기능에 결함이 생긴 것이며, 한의학에서는 명문의 화가 쇠약해졌다고(命門火衰) 판단한다. 명문화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경우 중추신경에서 말초신경으로 성적 흥분에 대한 신호가 꾸준하게 전달되는데 비해, 명문화가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면 중간에 신호가 끊기기 때문에 음경과 주변 조직의 문제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발기가 유지되지 못한다. 중년 이후에는 노화의 결과로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데 비해, 젊은 층에서 발생했다면 평소에 심한 정신적 노동에 시달리거나 혹은 자위행위나 음란물에 대한 노출이 너무 과하여 정작 실제 성관계에서 성적으로 흥분할 에너지가 소진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발기유지곤란과 더불어 성욕감퇴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며, 불필요한 정신력 소모를 줄이는 방향으로 생활습관에 변화를 주면서 점진적으로 명문화를 되살리는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발기 문제로 성생활이 잘 되지 않을 때 남성이 느끼는 당혹감과 두려움은 예외가 없겠지만, 그 원인은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를 수 있다. 불안한 마음에 그때그때 발기유도제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적극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회복 방법을 찾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방법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