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페로몬 향수가 유행이다. 페로몬은 냄새로 퍼져 극미량만으로도 섹스 파트너를 유혹하는 분비물이다. 암나방의 페로몬 몇 그램이면 전 세계의 수나방을 모두 끌어들일 수 있을 정도로 흡인력이 대단하다.
많은 과학자들이 사람한테도 페로몬이 있는지 몸을 샅샅이 뒤져 탐색해 왔다. 겨드랑이나 생식기 주변의 땀, 오줌, 질 분비물 등에서 찾아낸 각종 후보 물질들만 수십 종에 이른다. 하지만 아직 사람의 몸에서는 확실히 페로몬이라고 볼 만한 물질을 찾아내지 못했다. 요즘 시판되는 페로몬은 사람의 페로몬이 아니라 돼지나 사향에서 분리해 낸 페로몬이다.
이런 동물의 페로몬에 사람도 넘어간다는 연구결과는 꽤 많다. 그래서 사람에게도 페로몬이 있지 않을까 하고 과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 맥코이 교수가 실험을 했더니 페로몬이 들어간 향수를 사용한 여성 대부분이 키스나 섹스 등 성적 행동이 3배 이상 증가했다. 실험 결과 페로몬 향수를 사용한 여성의 경우 74%가 성적 행동이 증가한 반면 가짜 페로몬을 이용한 여성은 2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중 한 여성은 페로몬 향수를 사용하기 전에는 일주일에 하루만 남성과 키스나 애무를 했으나 사용 후에는 일주일에 6일로 증가했다.
남성의 땀 냄새가 여성의 기분을 편안하게 해 남성과 관계를 맺기 쉽게 한다는 연구도 나와 있다. 미국 모넬화학감각연구소 조지 프레티 박사는 남성의 겨드랑이에서 나온 땀에서 페로몬일지 모르는 성분을 추출한 뒤 여성들에게 이 냄새를 맡게 했다. 땀 냄새를 6시간 동안 맡은 여성들은 실험을 하기 전보다 기분이 편안해지고 긴장이 많이 풀렸다. 페르몬에 의해 긴장이 풀어진 여성들은 남성과 관계를 맺기가 더 쉬우며 배란을 앞당겨 임신을 더 쉽게 하게 된다.
여자의 겨드랑이에서 얻은 땀을 코밑에 바를 경우 월경 주기가 바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기숙사에 함께 살면 월경 주기가 같아지는 것은 이 때문으로 보인다. 2001년 미국 록펠러 대학 피터 몸베르츠 교수팀은 사람의 코 점막에서 페로몬을 감지하는 수용체의 유전자를 찾아내 발표했다.
조선조 사대부 가문의 여인에게는 가장 기쁜 선물이 사향이었다. 사향은 흔히 노루 배꼽으로 불린다. 번식기의 암컷 사향에서 방출되는 향은 수컷들을 자극해 힘겨루기를 유도한다. 첩들과 경쟁을 하면서도 투기를 해서는 안 되는 여인들은 이를 몸에 은밀히 지니면서 서방님의 사랑을 유인했다. 면도 로션이나 남성용 향수에 사용되는 무스크향이 바로 사향의 향이다.
인간의 페로몬 성분이 무엇인지 정확히 밝혀져 누군가가 이를 대량으로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한다면 페로몬은 강력한 사랑의 무기가 될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