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체위에 대한 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체위를 구사할수록 상대를 만족시키기 쉬워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실제 한 커플은 수백 가지 체위에 대한 정보가 실린 어플을 다운받아 매일 색다른 즐거움을 누린다고 고백해왔다. 정말 체위가 다양할수록 관계 흥분도가 높아지는 걸까.
한 연구기관에서 체위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남성이 꼽은 최고의 체위는 여성의 뒤에서 남성이 삽입하는 체위인 ‘후배위’와 ‘여성상위’였다. 후배위의 경우 여성이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에 비해 남성이 주도적으로 피스톤 운동을 하며 절정에 도달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는 이유다. 여성상위 자세는 지배당하는 느낌에 자극을 느낄 수 있어 흥분된다는 의견이다.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체위는 가장 일반적인 자세인 ‘정상위’와 ‘여성상위’였다. 정상위의 경우 가슴, 배 등 상대와의 접촉부위가 늘어나며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어 좋다는 응답이 많았고 여성상위는 클리토리스 등 성적으로 민감한 부위에서 오는 자극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 오르가즘을 느끼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었다. 반면 다리를 들거나 뒤로 하는 체위, 무릎을 세우는 체위의 경우 만족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응답자가 많았다.
피해야 할 체위도 있다. 솜씨좋은 산부인과 윤호주 원장은 “다양한 체위를 이용하면 성적 흥분을 고조시키고 성적 만족감을 극대화시킬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소개된 다양한 체위들은 여성을 배려하지 않는 남성 위주의 체위”라며 “포르노나 음란비디오를 통해 소개된 체위들은 성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대신 여성 건강에 큰 무리를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부 체위들은 여성들의 오르가즘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질이나 자궁을 무리하게 자극해 건강을 해친다.
윤 원장이 밝힌 해로운 체위는 후배위, 여성 양다리를 넓게 벌리는 체위, 여성 양다리를 높게 올리는 체위다. 이 체위들은 관계 시 흔히 이용되는 체위이지만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여성 질과 자궁에 치명적 손상을 주는 체위.
여성 질 길이는 평균 7cm이고 남성 성기의 평균길이는 11~12cm. 여성 다리를 올리는 체위에서는 여성 질 길이가 1~2cm정도 더 짧아져 남성 성기가 여성 자궁경부에 더 크게 무리를 주게 된다. 또 이런 체위에서는 여성 질이 쉽게 늘어나고 헐거워질 수 있다.
윤 원장은 “남성 성기가 깊이 삽입되는 체위일수록 여성 질과 자궁경부를 손상시켜 질염, 자궁경부염증, 냉증의 원인이 된다”며 “이런 체위에 길들여진 커플일수록 과감히 체위를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산부인과에서 내진을 통해 여성들의 자궁경부를 검사한 결과 다리를 들거나 후배위를 통해 자주 관계한 여성들에게서 염증과 질환이 많이 발견됐다. 특히 다리를 들고 관계한 여성 45.8%에서 자궁경부에 염증이 발견됐다. 삽입이 얕아지는 체위일수록 자궁이 건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의해야 할 점은 남녀 모두 상대의 만족감을 위해 자신의 상태와 느낌을 숨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순간의 배려가 장기적인 관계에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건강한 사랑이 오래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