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이돌의 비밀 노출 - 신사
===========================
그녀는 지하 3층의 주차장에서 여유롭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계집애들 만나봤자.. 별로 재미도 없는데.. 휴~.’
그래도 어떻게 하겠는가? 이미 약속 장소도 와버렸고, 앞으로 몇 초 후면 자신을 약속 장소로 모셔다줄 엘리베이터도 도착을 할 텐데.
‘딩동~’ 소리와 함께 도착한 엘리베이터는 그녀를 환영하듯이 문을 정중하게 열면서 맞아주었다.
그녀가 엘리베이터의 편리함과 부드러움에 몸을 싣고, 편안함을 느끼기도 전인, 지하 2층에서 시시하게도 벌써 멈춰 섰다.
그녀는 이런 일에서 조차 괜히 짜증이 났다. 자신의 목적지인 25층까지 순식간에 올라간다면 얼마나 기분이 더 좋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름 뾰로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키가 크고 검은색의 정장을 멋지게 갖춰 입은 남자가 안으로 성큼 들어왔다.
키가 커서 그런 것인지, 원래 스타일이 저런 것인지, 자신을 내리까는 듯한 눈초리로 잠깐 바라보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등을 돌려서 입구 쪽으로 향해 섰다.
돌아서는 그 남자에게서 은은한 향수의 냄새가 풍겨왔다.
‘이 향기가 뭐더라? 알마니였나? 불가리였나? 남자 향수를 이제는 기억도 못할 정도가 되었나? 그나저나 표정한번 더럽게 재수도 없게 짓고 있네..’
엘리베이터는 그 후로는 마치 더 이상 태울 사람은 없다는 듯, 남자와 여자만을 태우고 25층까지 신나게 올라갔다.
‘남자 키 한 번 크네.. 한 185 정도는 되지 않을까..? 양복도 피트하니 제법 세련되게 입었고, 향수도 스타일에 잘 어울리고.. 외모도 나쁘지는 않은데.. 그 놈의 표정이 에러네.’
여자는 자신의 앞에 등을 지고 서있는 남자에 대해서 이리저리 품평을 하면서 혼자서 마음 속으로 ‘킥킥~’ 대고 있었다.
상상의 나래 속에 있던 여자가 우연히 눈을 들어서 엘리베이터 입구 쪽을 보자, 스테인리스 재질로 인해서 거울과 같은 반사효과를 보여주는 입구 쪽을 통해, 남자의 눈동자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음을 발견했다.
일순, 등을 지고 있던 남자와 그 등 뒤에 서있던 여자는 거울과 같은 입구를 통해서 눈이 마주치는 이상한 상황이었다.
노골적이고 직접적으로 서로를 쳐다보고 있는 상황은 아니었기에, 그 둘은 순간적이나마 자연스럽게 눈을 맞추고 있었다.
자신감 넘치게 고개를 살짝 들고 있던 남자는 순간적으로 ‘씨익’하고 미소를 지었다.
여자는 그 미소를 보는 순간 얼굴을 얼른 돌렸다.
‘재수 없게 웃기는.. 뭐, 하지만 아까 표정보다는 훨씬 매력적이기는 하네.’
여자는 그 남자가 왠지 싫지는 않은 느낌이었다.
이 순간, ‘딩동~’소리가 울리고 엘리베이터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25층에 그 둘을 모셔다 주었다.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면서 여자는 25층의 카페로 향했다. 남자도 역시 그 쪽으로 앞장서서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다른 여자 2명과 함께 모처럼의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나오기 전에는 그다지 내키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런 마음이 언제 있었냐는 듯 열심히 떠들고 있었다.
“너는 다시 방송에는 안 나갈거니? 오래 쉬었잖아?”
친구인 여자가 묻자, 왠지 짜증이 났다. 자신이 방송에 다시 나가든지 말든지 왜 이렇게 신경들을 쓰는지..
“생각 좀 하고 있어. 당장은 그렇지만, 조만간에 나가기는 해야지.”
그녀의 말에 친구 2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쉰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난리들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대중들한테 잊혀지기 전에 복귀를 하기는 해야 한다.
이 바닥에서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치고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관심 밖에 난다는 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자신도 그런 것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녀는 문득 고개를 들어 자신도 모르게 아까의 그 남자가 어디 있는지 슬쩍 찾아보았다. 하지만 사람들의 머리 끝부분만 보일 뿐 그 남자라고 생각되는 사람은 도대체가 찾을 수가 없었다.
왠지 섭섭한 기분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 남자를 만약에 찾는다고 하더라도 뭘 어쩌자고?’
스스로에게 왠지 쓴웃음이 났다. 그녀는 열심히 수다에 전념하고 있는 친구들을 놔두고, 화장실로 향했다.
볼일을 보고 간단히 거울을 보면서 매무새를 확인했다.
‘나이가 먹어가기는 하지만, 아직 외모나 스타일은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아직 남자들의 시선을 빼앗을 만은 하지. 그래도 조만간 방송 나갈 것을 대비해서 관리를 더하기는 해야겠어.’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고 그녀는 화장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어머나! 깜짝이야.”
문을 열고 나가자마자 아까 그 남자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듯이 서 있음에 그녀는 본능적으로 소리를 내면서 몸을 움츠렸다.
그 남자는 마치 예상했다는 듯이, 입에 손가락을 대고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아까와 같이 사람을 내려다보는 듯한 표정과 눈빛은 여전했다.
그 남자는 그녀의 눈앞에 휴대폰을 조용히 내밀었다.
“뭐.. 뭐에요?”
“제가 당신의 팬으로서 드리는 선물입니다.
제가 오늘 밤에 이 휴대폰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마음에 안 드시면 지금 화장실로 다시 들어가셔서 변기에 집어넣으시면 됩니다.”
그 남자의 차분한 목소리는 그의 정장스타일과 너무도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그녀는 잠시 가졌다.
그리고는 얼떨결에 그가 내민 전화기를 받아서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