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칼럼 ‘임신 중 성관계는 좋다?’를 읽은 30대 남성이 질문을 해왔다. 자기 아내도 임신 중인데, 부부관계 때 애무는 하지만 삽입성교는 못하고 있단다. 임신 초기부터 유산기가 있어서 아내도 불안해 하고 자신도 삽입은 선뜻 내키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부인과 애무를 하다 보면 사정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위라도 해 사정을 하려고 하면 부인이 불쾌해 하면서 못하게 한단다. 게다가 사정 욕구 하나 못 참는 한심한 남자라며 핀잔까지 준다고 한다. 삽입성교를 못하는 남성이 자위행위라도 해서 사정 욕구를 푸는 게 잘못된 것인지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여성이 남성의 자위행위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자위행위 자체를 죄악시하는 것이 한 이유다. 실제 대상이 아닌 이미지나 상상을 통해서 흥분하는 것도 부정한 성행위로 보는 것이다. 또한 남편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기도 하다.
올바른 성생활은 부부가 같이 즐기고 만족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여성의 눈에는 남성 혼자서 즐기는 자위행위가 이기적인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 여기에 억눌린 성관념도 한몫한다. 남성의 성기를 보고 흉측하고 징그럽다고 여기는 여성은 자위행위에 대해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여성의 입장에서는 남성의 자위행위를 부도덕하고 이기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남성의 성 심리를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이렇게 딱 잘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성생활이란 사랑을 전제로 해야 된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남성의 경우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단지 성적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분출 욕구도 있기 때문이다. 여성보다 월등히 높은 남성호르몬은 주기적으로 남성을 성적 긴장 상태로 몰아간다. 이러한 생리 현상 때문에 남성은 자위행위라도 해서 분출 욕구를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다.
삽입성교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자위를 하는 남성은 그나마 낫다. 상황이 달라졌을 때 그동안의 자위행위가 남성성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적 분출 욕구를 억제하기만 한 남성의 경우에는 차후 성문제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남성의 자위가 생리적 현상이기는 하지만 모든 자위행위가 허용되고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기혼이라면 부인과 별거 중이거나 사고 또는 질병으로 피치 못한 경우에 한해 하는 것이 좋다. 특별한 이유 없이 부인과의 성관계를 피하고 자위만 하는 것은 곤란하다. 아내와의 교감도 나누지 못할뿐더러 성 중독으로 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혹 자위행위를 하더라도 혼자만의 놀이가 아닌 아내와 일치를 이루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보자. 아내 앞에서 애무도 하고 자위도 해보자. 자신의 성적 반응을 아내에게 직접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고, 아내 또한 남편의 성적 흥분과 쾌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아내가 직접 남편의 자위를 도와주는 상대성자위행위의 적극적 시도는 남다른 부부관계를 만드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