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혹시나 애들에게 들킬까 싶어 얼른 아저씨로부터 검은 봉지를 뺏듯이 받아 얼른 숙소로 들어갔다. 내 방 안 깊숙이 생리대를 숨겨두고 밖으로 나오니, 이미 짐들은 애들이 모두 나르고 배는 다시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저씨 수고하셨어요. 다음에도 또 부탁드릴께요”
“네 수고하세요. 다음에 또 뵈요”
점점 멀어지는 배를 보며 손을 흔들고 들어오는데, 하 병장이 나를 흘긋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왜 그래?”
“아.. 뭘 부탁한다는 건지.. 궁금해서 말입니다”
“어? 아.. 알 것 없어. 그런 게 있어”
“저한테만 알려주시지 말입니다. 궁금하잖습니까~!!”
“아.. 됐어.. 그런 게 있다고..!!”
“흐음..”
난 몹시나 궁금해 하는 하 병장을 뒤로 하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먼저 걸어갔다.
‘별 걸 다 궁금해 하고 있어!! 부끄럽게 말이지..!’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초록도에 온 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었고, 계절은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갔다. 7월의 찌는 햇볕에 낮에는 밖에 나갈 엄두도 못 내고, 아침이나 해가 지는 늦은 오후에야 경계 근무를 하러 숙소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하아.. 오늘도 너무 덥네.. 3주는 더 있어야 최씨 아저씨가 물건 실고 들어 올 텐데, 아이스크림이라도 한 가득 싣고 왔으면 좋겠네. 더워 죽겠다 아주..!!“
“그러게 말입니다 하 병장님.. 이러다 더워서 쓰러질 거 같습니다!”
“짜식들 엄살은..!”
“어, 언제 오셨습니까..!”
“방금.. 막내는?”
“좀 전에 저랑 임무 교대하고 경계 근무 서러 나갔습니다”
“그래.. 아휴.. 덥긴 덥다.. 너 네들 샤워라도 좀 하지 그러냐? 옷이 아주 땀으로 범벅이구만”
“아.. 정 소위님 오신다고 잠시 기다렸지 말입니다. 하 병장님 먼저 샤워하십시오. 전 들어가서 눈 좀 붙이겠습니다. 어제 잠을 설쳤더니 너무 피곤해서 말입니다“
“그래.. 나 먼저 샤워 한다”
하 병장은 샤워하러, 박 상병은 자러 들어가고 난 커다란 홀의 중간에 멍하니 누웠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지겨운 시간들, 거기에 찌는 더위에 모든 사고가 그대로 멈춰 버린 듯 했다. 내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어떻게 시간이 지나가는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하아.. 언제까지 이 지겨운 곳에 있어야 하지.. 정말 너무.. 지겹군...’
그때였다. 하 병장의 목소리가 들려온 건..
“박 상병.. 박 상병..!!”
“박 상병 자러 들어갔잖아!”
“박 상병..!!”
하 병장은 물소리에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계속해서 박 상병을 부르고 있었다.
“비누 좀 갖다 줘! 비누가 없어”
하지만 자고 있는 박 상병이 그 소리를 들을 리 없었고, 난 곤히 자는 박 상병을 깨우는 대신 내가 비누를 가지고 샤워실로 향했다.
노크를 하자 문이 열리고 하 병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노크는 무슨 우리끼리 노크야..이리 줘”
“어.. 저 나 정 소위야..”
“헛.. 정 소위님..!!”
순간 급하게 하 병장이 중요부위를 가렸지만, 이미 내가 모든 걸 본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