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근처의 이름 없는 외딴 섬, 그 곳에 근무를 명받은 건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이였다.
당시 여군 장교로 입대한 지 1년이 갓 지났을 무렵, 내가 맡았던 소대 내에서 탈영, 사고사 등 불운한 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결국 난 이름도 모르는 외딴 섬으로 근무지를 옮기게 되었다.
백령도에서도 배로 30분을 더 들어가서 있는 그 섬은 주민들이 살지 않는 무인도였다. 나를 포함하여 4명의 군인들만이 사는 곳 이였다.
처음 섬에 들어가자 나를 반겨주는 3명은 김 이병, 박 상병, 하 병장 이였다. 김 이병은 이제 군에 들어온 지 2달이 조금 안 된 신병 이였고, 박 상병은 이제 1년차, 하 병장은 제대를 5달 남겨둔 상태였다.
“충성! 병장 하민재입니다! 환상의 섬 초록도로 오신 걸 환영 합니다”
“환상? 하하.. 초록도가 이 섬 이름인가?”
“네~ 그렇습니다. 섬이 온통 초록으로 뒤덮여 있어 선임들이 예전부터 그렇게 불렀던 것으로 압니다“
“그렇군.. 별 다른 보고 사항은 없나?”
“이렇게 조그만 섬에서 별다른 특이사항이란 게 있겠습니까! 가끔씩 남한 근방으로 내려오는 북한 배들은 있지만 크게 유의할 점은 아닙니다“
“가끔씩 내려오는 북한배가 특이사항이 아니라고??”
가끔씩 내려오는 북한 배가 특이사항이 아니라니, 나에겐 놀랄만한 뉴스였다. 육지에서 고작 1년을 근무하는 동안 북한군이라곤 볼 기회가 전혀 없었던 나에게 북한 배가 가끔씩 보이는 게 별다른 뉴스거리가 아니라는 건 꽤나 충격적 이였다.
“네! 여기에선 뭐 그냥 연례행사 수준입니다”
“그렇군.. 알았어 그럼 난 오늘은 피곤해서 그만 들어가 쉴 테니, 내 차례 경계근무 시간이 되면 깨우도록“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3명의 사병들과의 첫 만남을 뒤로 하고, 난 장시간 배를 타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들어갔다. 고작 4명의 군인들이 묶는 곳이라, 장교라고 따로 관사 같은 게 있을 리는 만무했다.
하 병장의 뒤를 따라 건물의 제일 안쪽으로 향하자 전임 장교가 쓰던 방이 있었다.
“여기입니다”
“그래. 그만 나가봐”
“네”
방은 남자가 생활했던 것치곤 의외로 깨끗한 상태였다. 아니면 새로 임관해 온다고 애들이 깨끗이 치운건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아.. 좀 쉬자.. 피곤하다..”
그렇게 부임해 온 첫 번째 날이 지나가고, 초록도에서의 생활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섬으로 오기 전부터 선임 장교들로부터 그렇게 조그만 섬에서의 생활은 편하긴 하겠지만, 너무나 지루할 것이란 말은 정말 사실 이였다.
가끔씩 보인다는 북한의 배는 내가 부임해 온 뒤론 한 번도 출몰하지 않았고, 덕분에 나의 군 생활은 하루에 섬을 2차례 도는 경계근무 이외에는 아무런 할 일이 없었다.
“하아... 너무 지루하군...”
그나마 그런 생활에 단비 같은 존재는 1달에 한 번씩 섬으로 물자를 실어오는 배를 통해 외부인을 만나는 것 이였다.
“아저씨, 오늘은 머리 자르고 오셨나 보네요”
“하하.. 역시 여자라서 그런가, 눈썰미가 있구만요. 전에 있던 장교님은 그런 건 생전 모르더만“
“그런가요..하하..저. 근데 그때 부탁한...”
“아.. 그거.. 여기 있습니다..그때 말씀하신 게 위스퍼? 맞으시죠?”
“아.. 네..이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