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누구나 저를 그리워하죠..”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면서, 그녀 자신한테는 별일도 아니라는 투로 도도하며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그런가요? 하지만 제가 느끼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조금 다른 시각일 겁니다.”
그 자신감 넘치고, 사람을 무시하는 듯한 말투는 여전했지만, ‘조금 다른 시각’이라는 표현에서 살짝 흥분감이 밀려옴은 그녀도 어쩔 수 없었다.
“뭐.. 그거야 그쪽의 마음이니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죠.”
“하하. 맞습니다. 누가 어찌하라고 해서 생기거나, 없어지거나 할 수 있는 감정은 아니죠.”
“이런 얘기 하려고 연락 하신거에요?”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무언가를 재촉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음.. 이따가 저녁이나 함께 하시죠.”
부탁이나 권유를 하는 억양이 아니었다.
예의가 어긋나게 하는 표현은 전혀 없지만, 억양에는 은근한 강요조가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억양이 오히려 그녀의 마음을 기쁘게 했고, 들뜨게 했다.
확실히 그는 다른 남자와는 뭔가 틀려도 단단히 틀렸다.
“글쎄요..?”
“오늘은 치마가 좋겠네요. 밴드스타킹이랑 가터벨트 있으시죠? 그렇게 입고 나오세요. 브라는 하지 마시고.. 두 시간 후에 집 앞으로 데리러 가겠습니다. 도착하면 제가 전화하죠.”
“예? 그게 무슨..”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기는 끊어져 버렸다.
약간 화가 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한 그녀는, 전화를 다시 걸어서 무어라 말할까 하다가 생각에 잠겼다.
‘그래, 뭐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자. 그 남자의 말에 의한 것이 아니라, 원래 내가 이렇게 코디하고 나가려고 했잖아. 그래, 그래.’
그녀는 샤워를 하고는, 속옷장을 뒤적였다.
그녀의 전 남자친구가 선물해준 은색 실크 가터벨트가 생각이 났고, 밴드 부분이 레이스로 장식된 커피색 밴드스타킹도 있었다.
그녀는 가터벨트를 하고, 천천히 스타킹도 신었다.
처음으로 해보는 일이라서 그런지 가터벨트 고리에 밴드스타킹을 연결하는 일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그 남자가 도와주면 더 자극적이지 않을까?’
스스로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왠지 싫은 듯, 그녀는 고개를 세게 가로 저었다.
그녀는 실크재질의 은색 가터벨트에 맞춰서 손바닥만큼 작은 은색 실크팬티를 골랐다.
이제 거울 앞에 서자 놀랍도록 음탕해 보이는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흡사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서 입은 양, 벗은 몸에 은색 가터벨트와 밴드 스타킹, 그리고 자신의 무성한 음모와 엉덩이 골을 반도 가리지 못하는 손바닥만 한 팬티만이 입혀져 있었다.
이런 자신의 모습을 거울로 보는 것만으로도 유두가 딱딱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녀의 음부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진짜 섹시하다 못해, 천해 보이기까지 한 모습이야.. 이런 모습을 하는 것만으로도 보짓물이 이렇게 나오다니..’
미치도록 자위를 하고 싶었지만, 그 남자를 만나기에 앞서서 그런 행위를 한다는 것이 왠지 자존심이 상했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상의는 흰색의 타이트하고 얇은 니트를 입었고, 하의는 회색의 무릎 높이의 정장 치마를 입었다.
비록 자신의 발기된 유두가 티가 나기는 했지만, 아까의 천박해 보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세련된 여자 아이돌 가수겸 연예인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와 있었다.
위에 다시 정장 재킷을 걸치자 이제는 완벽한 본연의 자신 모습 그대로였다.
키가 큰 그 남자를 고려해서 높은 하이힐까지 신고 거울 앞에 서자 더욱 완벽했다.
이렇게 순식간에 변신을 하자 왠지 기분이 더욱 좋아지고, 더 흥분이 되었다.
‘그런데.. 어떤 것이 내 진짜 모습일까?’
남자의 차를 타고 간 식당은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한정식 집이었다.
여자도 많은 곳을 가보았고, 많은 곳을 안다고 생각했었지만, 이런 곳은 처음이었다.
이곳 식당은 모든 곳이 다 분리된 장소로만 되어 있는 것이, 자신을 밝히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술도 한잔 하시죠.”
그 남자는 여자의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고, 술을 시켜서 여자에게 권했다.
굳이 마다할 이유도 없었고, 여자 자신도 술을 싫어하지 않았다.
아니, 술을 마시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운전을 해야 된다고, 남자는 술을 먹지 않았다.
여자 혼자서만 먹는다고 생각하니까, 약간 흥이 나지를 않기는 했지만, 음식도 좋았고, 분위기도 좋은 곳에서 그냥 편하게 술 한 잔 먹는다고 스스로를 자위했다.
남자가 여자에게 간간히 던지는 재치 있는 이야기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등도 생각보다 여자를 빠지게 만들었다.
여자는 웃으면서 그 남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꽤 많은 술을 또 먹게 되었다.
기분 좋은 자리에서는 이렇게 술도 기분 좋게 들어가는구나 라고 여자는 새삼스레 느꼈다.
식사와 술을 곁들인 2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몰랐다.
“이제 그만 일어나시죠.”
남자는 또 다시 여자의 의견도 묻지 않고,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