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30대 초반 여성이 최근 본원을 찾았다. 3년 전 산부인과 검진에서 5cm짜리 자궁근종이 발견됐으나 수술과 회복기간에 대한 부담 때문에 치료를 미뤘다. 하지만 결혼과 함께 임신을 계획하고 있어 자궁근종 치료가 불가피했다. 3cm 이상의 자궁근종은 임신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임신에 성공하더라도 위치 등에 따라 출산이 힘들 수 있다.
자궁근종은 30~40대 여성의 절반 가까이에 나타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미혼인 여성에게 자궁근종은 생리통, 생리량 과다, 부정출혈 등의 증상을 동반해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자궁근종의 크기나, 자라는 위치에 따라 임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난소와 수정란이 이동하는 난관을 근종이 누르게 되면 배아의 수정이나 착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자궁 내막 가까이에서 자란 근종, 이른 바 ‘점막하근종’은 자궁 내막을 얇게 만들고 태아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혈액과 영양분의 공급을 방해해 유산의 위험을 가중시킨다. 자궁 경부에 발생한 근종은 출산 시 산도를 좁게 해 난산을 유발한다.
하지만 환자들을 만나 보면, 결혼을 앞둔 여성들이 오히려 자궁근종의 적극적인 검사와 치료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임신을 앞둔 자궁에 외부적인 손상이 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개복수술이나 치료에 드는 경제적·시간적 손실은 과거에 비해 사회 활동 참여율이 높은 현대 여성들로 하여금 더욱 치료를 꺼리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다행히 최근 들어 자궁에 손상을 입히지 않으면서 회복도 빠른 비수술적 치료법이 도입돼 가임 여성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궁근종 치료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고강도 초음파를 적용해 자궁근종의 병변 조직을 태워 없애는 하이푸 치료법은 인체에 손상을 입히지 않으며 종양 조직을 소멸시킬 수 있어 가임 여성의 자궁근종 치료에 적합하다. 열에 취약한 성질을 지닌 종양은 보통 40도 이상에서 세포 단백질에 변형이 일어나게 마련인데, 하이푸 치료법은 65~100도의 고온으로 종양 조직을 태워 없애버린다. 초음파 자체를 피부 위에서 쏘기 때문에 절개나 삽관의 부담도 없고, 치료 이후 회복도 빠르다.
임신을 고려하고 있는 여성이 자궁근육과 자궁내막 층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심사숙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이 OECD 회원국 중 1,2위를 다투는 높은 자궁 적출률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자궁근종의 검사와 치료 앞에서 위축되는 여성들의 심정을 크게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임신 중 자궁근종이 어떤 결과로 돌아올 수 있는지를 감안한다면 주기적인 자궁근종 검사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