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누나! 내 말 듣고 있는 거예요?”
그녀를 향한 매니저의 목소리에 그제야 제 정신으로 돌아온 듯했다.
“응?.. 응. 당연히 듣고 있지.”
“도대체 무슨 생각에 그렇게 잠겨 있는 거예요?”
“생각은 무슨.. 그냥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래.”
그녀는 얼떨결에 둘러대고 있었다.
이런 멍한 상태가 계속 되는 것이 왠지 그 밉상스런 남자 때문인 것 같아서 화가 나기도 했고, 왠지 자존심도 상했다.
괜히 일상까지도 엉망으로 흐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무튼 이번 행사 무대에서 노래는 꼭 하는 거예요.”
“... 생각해볼게.”
왠지 엊그제까지만 해도 활활 타오르던, 일에 대한 의욕까지 떨어져 있었다.
“아휴, 지금 생각이고 뭐고 가 어디 있어요
큰 무대니깐 요즘 행산 안한지도 오래되었으니
언니 못진 노래와 춤솜씨 보여주셔야죠.
대표님도 무조건 하는 것으로 알고 계세요.”
“......”
하기는 해야 했다.
그녀가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오래 쉬었다.
이제는 뭔가 라도 해야 했고,
노래를 자주 부르며 인지도를 유지해야
드라마에서 완성도있는 유명 감독 작품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생각과는 다르게 온 몸에서 의욕이 생기지를 않았다.
“일단 내일 미팅에 가셔서 일단 의견들을 들어보세요. 저는 무조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라고 회사에서 지시 받았어요.”
“아, 진짜! 몸도 안 좋다는데 왜 이렇게 옆에서 난리야!”
가득이나 의욕도 없고, 마음이 심란해서 왠지 짜증이 나는 것을 죄 없는 매니저한테 퍼붓고 있었다.
그녀의 살벌한 표정과 앙칼진 목소리에 움찔하고 있는 매니저의 모습이 그녀 눈에 들어왔다.
“띠리링~.”
그때 항상 자신의 곁에 두고 있던 그 남자가 건네 준 휴대폰이 문자가 왔음을 알리면서 울렸다.
자신도 모르게 빛의 속도로 그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어? 누나, 휴대폰 새로 샀어요? 못 보던 건데.”
눈치 없는 매니저가 쓸데없이 한마디 건넸다.
그녀는 그런 그를 본체만체하고는 재빨리 휴대폰을 확인했다.
‘대화 가능하신가요?’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당근이지~.’를 외치고 있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그렇게 무겁고 답답했던 심신이 갑자기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
자신도 모르는 미소까지 입가에 번졌다.
죽어가는 사람에게 불노장생의 명약을 투여한다면 이런 기분이 될까?
“그래. 알았어. 내일 미팅에 참가하면 된다는 거지? 시간 맞춰서 데리러 와.”
갑자기 밝아진 표정과 목소리에 매니저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내일 미팅에 나가려면 일찍 쉬어야 하니까, 이만 내일 보도록 하자. 알았지?”
“아.. 알았어요. 어쨌든 내일 뵐게요. 아참, 시눕이랑 대본 놓고 가니까, 꼭 읽어보고요.”
의아한 표정의 매니저를 내쫓다시피 내보낸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몸을 던졌다.
문득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니 문자가 온지 5분 정도 지나간 것 같았다.
이정도면 그녀의 자존심은 충분히 세웠을 시간이었다.
‘무슨 할 말이라도..?’
지난번의 갑작스런 퇴장에 대한 남자의 무례함에 대한 반발을,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 표현하려고 애를 썼다.
문자를 보내놓고 기다리는 시간은 그녀에게 정말로 지루했다.
“♪♬~~.”
이번에는 전화벨이 울렸다.
그녀는 일단 심호흡을 크게 하고, 최대한 목소리를 침착하게 하고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일부러 차갑게 무심한 듯 받으려고 애써 노력했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뭐.. 그저 그렇죠.. 그나저나 무슨 일이시죠?”
“당신이 그리워서 그렇죠. 하하~.”
그녀가 느끼는 감정은, ‘뻔뻔하게도 말은 잘한다’ 였다.
그런데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 남자의 목소리를 듣기만 했는데도, 뜨거운 욕망이 피어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