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대부분을 기억하는 여성이 있다. 호주 브리즈번에 거주하는 레베카 샤록(34)은 살면서 지금까지 자신에게 일어난 일 대부분을 기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엄마 뱃속에서 있었던 자신의 웅크린 자세까지 기억해낸다.
최근 영국 매체 더선은 과잉기억증후군(highly superior autobiographical memory, H-SAM)이라는 희귀 질환을 가진 여성의 사연을 소개했다.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기억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전세계에서 약 62명만이 해당 질환을 진단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베카는 2011년 1월 23일, 21세 때 과잉기억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앞서 그는 과거의 경험을 ‘강박적으로’ 떠올린다는 이유로 16세 때 강박장애 진단을 받기도 했다. 그는 유치원때 레고로 탑을 만들었는데 다른 아이가 쓰러뜨렸던 일, 학교에서 장난감을 빼앗긴 일 등 사소해 보이는 일 모두를 기억할 뿐만 아니라 그 순간에 느꼈던 모든 감각 정보까지 기억한다.
그는 1989년 12월 23일, 생후 12일에 사진을 찍었던 일이 가장 오래된 기억이라고 말했다. 그때부터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진짜’ 첫 기억은 그 이전이라고도 했다. 그는 “몸을 웅크린 채 머리를 다리 사이에 집어넣고 있었던 기억이 있다”며 다만 “달력의 개념을 이해하기엔 너무 어려 날짜를 추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구원들은 뱃속에 있었을 때의 기억일 수 있다고 말했다고 그는 전했다.
과잉기억증후군 때문에 그는 강렬한 플래시백(과거에 일어난 일을 회상하는 것)에 시달려 불면증을 앓고 있다. 머리속에 끊임없이 회상 장면들이 스쳐가고, 그로 인해 잠을 잘 수가 없는 것이다. 밤에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불면증을 이기려 노력하고, 그 마저도 효과가 없을 때에는 불안과 긴장을 완화하는 약물을 처방 받아 복용한다.
한편 레베카는 자신의 상태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그는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공부를 시작한 지 10주만에 대화를 나누고 자막 없이 TV를 볼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다음에는 이탈리아어도 배워볼 생각이다.
자전적 기억에 대해 뛰어난 기억력 보이는 과잉기억증후군…기억력 좋은 것과 달라
이처럼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자전적 사건에 대해 세부적으로 기억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과잉기억증후군은 2006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 생명과학대 학습 및 기억에 관한 신경생물학 센터 제임스 맥거 교수팀이 질 프라이스라는 피험자의 사례를 보고하며 처음 확인됐다.
미국 건강 정보 매체 메디컬뉴스투데이에 의하면,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사람이 보이는 뛰어난 기억력은 자전적 기억에만 제한된다. 즉, 자신과 과거의 개인적 경험에 관한 정보에 대해서만 뛰어난 기억력을 보인다는 것이다.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단기 기억에 있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기억을 처리하지만, 장기 기억력에서 더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들은 단순히 기억력이 좋은 사람과는 다른 특성을 보인다. 가령, 무언가를 기억하기 위해 특별히 어떤 도구가 필요하지 않다.
일부 연구자들은 과잉기억증후군 환자가 강박장애 환자와 몇 가지 특징을 공유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두 질환을 가진 사람 모두 뇌의 특정 영역에서 특별한 구조적 차이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다만 이러한 유사점에도 둘 사이의 명확한 연관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과잉기억증후군은 매우 드문 질환으로 원인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며, 장기적인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서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특정 뇌 영역에서 과잉활동이 나타난다는 일부 연구 결과가 있긴 하지만 아직 공식적인 진단 방법은 없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