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사람은 유방암 전립샘암 등 각종 암에, 낮은 사람은 류마티스관절염 우울증 등에 상대적으로 더 잘 걸린다는 이색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핀란드 헬싱키대 연구팀은 ‘유전체학∙개인맞춤형의학 연구 프로젝트’(FinnGen)에 참가한 35~80세 핀란드인 약 28만 명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핀란드의 2023년 기준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약 5만4000달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사람은 폐암을 제외한 거의 모든 암에 걸릴 위험이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에 비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은 지위가 높은 사람에 비해 폐암과 류마티스관절염, 우울증, 알코올 사용장애, 제2형당뇨병 등 복합질환에 걸릴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어떤 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것은 유전적 취약성이 크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학력과 직업을 토대로 사회경제적 지위를 평가했다.
연구팀은 바이오뱅크와 국가등록부 데이터를 이용해 ‘유전체학∙개인맞춤형의학 연구 프로젝트’(FinnGen)’에 참가한 28만명의 유전정보와 질병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분석에 활용된 이 연구 프로젝트는 질병의 유전적 기초를 이해하는 데 목적이 있다. 즉 다양한 사회경제적 집단에서 질병에 대한 서로 다른 유전적 감수성을 통해 ‘유전자-환경 상호작용(GxE)’의 증거를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연구팀에 의하면 소득이 높은 국가(핀란드)에서 질병 부담이 높은 복합질환 19종에 대해 사회경제적 지위의 유전자-환경 상호작용을 체계적으로 평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피오나 하겐비크 박사(박사후 연구원, 핀란드분자의학연구소)는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개인이 특정 병에 걸릴 위험을 측정하는 ‘다유전성 위험 점수’를 많은 병에 두루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유전적 위험이 높고 교육수준도 높은 여성에게 더 일찍 또는 더 자주 유방암 검진을 받도록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겐비크 박사는 “질병 위험에 대한 유전적 예측은 개인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유전 정보는 평생 동안 변하지 않지만, 유전학이 질병 위험에 미치는 영향은 나이가 들거나 환경이 변함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교육 수준과 직업적 성취를 더 자세히 분석하는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영국,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등과 협력할 계획이다. 이번 유럽인간유전학회 회의 의장인 스위스 로잔대 알렉산드르 레이몬드 교수는 “개인맞춤형 건강을 구현하려면 유전적 위험과 환경적 위험을 모두 측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Gene-environment interplay of socioeconomic indices and complex diseases)는 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인간유전학회(ESHG) 연례 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