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에서 모기를 매개로 하는 감염병 뎅기열이 지난해보다 2, 3배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에서도 발병 사례가 늘어나면서 비상이 걸렸다. 뎅기열은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만큼, 여름 휴가철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올해 뎅기열 감염자 수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인도네시아다. 4월까지 감염자가 6만2000여 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174.9% 늘었다. 4월에는 발리에서 열흘간 휴가를 보낸 호주 관광객 수십 명이 뎅기열에 걸리기도 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올해 들어 5월 초까지 5만7200여 명, 태국에서는 지난 3월까지 1만7700여 명이 감염되는 등 발병 건수가 이미 지난해 2배를 넘어섰다. 베트남 최대 도시 호찌민(4월 기준 2585명)과 싱가포르(1분기 5000여 명)에서도 많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는 이른 봄부터 시작된 이상 고온 현상으로 모기가 활발히 번식해 확산 시기가 빨라졌다”며 “폭염으로 뎅기열 매개 모기가 예년보다 더 빨리 성숙하고 더 빨리 알을 낳고, 빠르게 부화하면서 질병이 번지는 추세”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13일 뎅기열 사례가 유럽 전역을 휩쓸면서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열대 지방에 국한되었던 뎅기열 발병 사례가 작년에 유럽연합(EU)과 유럽경제지역(EEA)에서 총 130건이 기록됐으며 이는 전년도에 비해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국가 보건 서비스(NHS)는 봄부터 11월 사이에 크로아티아,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및 마데이라 자치구와 같은 유럽 휴양지에서 뎅기열이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뎅기열은 동남아 등의 여행지와 관련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에서 여러 차례 감염이 발생했기 때문에 이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감염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뎅기열을 옮기는 모기가 동남아 등에서 유럽 등의 지역으로 서식지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바이러스 감염 발생률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뎅기열을 옮기는 흰줄숲모기는 프랑스에서 2004년 처음 발견됐는데, 현재는 파리를 비롯해 국토의 80% 이상에서 서식 중인 걸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