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궤도를 도는 우주 비행사는 단기 우주 비행에서도 감염 및 휴면 바이러스의 재활성화와 같은 면역 체계 문제로 고통 받는 경향이 있다. 이는 중력 부족으로 인해 우주여행 중 면역 체계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으로 보인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11일(현지시간)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된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무중력 상태 또는 지구 중력보다 중력이 약한 미세 중력 상태에서 면역 세포가 다르게 성장하여 질병과 싸우는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공동책임자인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벅 노화연구소의 다니엘 와이너 교수는 “미세 중력이 우주비행에서 면역세포를 어떻게 형성시키는지, 중력의 변화가 단일 세포 수준에서 세포의 기능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무중력이 면역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응할 수 있는 보충제도 발견했다. 식물성 색소인 케르세틴이다, 적양파, 포도, 베리류 과일, 사과, 감귤류에 많이 함유된 케르세틴은 중력 부족으로 인한 면역 세포 변화의 약 70%를 역전시켰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20세~46세 건강한 인간 기증자 27명의 혈액에서 배양한 면역세포를 25시간 동안 미세 중력에 노출시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연구진은 세포 배양액을 부드럽게 회전시켜 무중력 상태를 조성하는 실험실 장비인 미항공우주국(NASA)의 ‘회전벽 용기(Rotating Wall Vessel)’에서 세포를 배양해 세포가 자유 낙하 상태에 있도록 했다. 그런 다음 실제로 우주에 다녀온 인간과 쥐를 대상으로 한 이전 연구의 데이터와 비교해 실험실 결과를 검사했다.
연구진은 또한 미세 중력의 영향을 받는 여러 유전자와 생물학적 경로를 발굴한 다음 면역 세포를 보호할 수 있는 특정 약물이나 보충제를 찾아 나섰다. 유전자와 다양한 약물 및 식품 간의 2백만 개 이상의 상호작용을 감지하도록 설계된 인공지능(AI) 시스템은 우주에서 면역 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잠재적 수단으로 케르세틴을 강력히 추천했다.
연구공동책임자인 USC 벅 노화 연구소의 AI 책임자인 데이비드 퍼먼 연구원은 “우리의 연구는 극한 상황에서 인간 생물학을 이해할 수 있게 길안내를 해주는 최초의 종합적 연구”라며 “가혹한 조건에서 정상적 면역력 유지를 위한 대응책을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면역체계의 변화는 노화에 따른 변화와 공통점이 있을 수 있다”며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연구자들은 노화를 방지할 수 있는 치료법을 연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