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초기인 18세기 영국에서 사망률 급증의 위험이 컸지만 차를 마시는 문화가 도입된 것이 이를 막아줬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제학과 통계학 리뷰(Review of Economics and Statistics)》에 발표된 미국 콜로라도대 볼더캠퍼스(CU볼더) 프란시스카 앤트먼 교수(경제학)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27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차를 마시는 사람들을 위험으로부터 지켜준 것은 찻잎이 아니라 차를 끓인 물이었다. 이 시기에는 물을 끓이지 않고 마셨기 때문에 영국 주민이 이질과 같은 세균성 질병에 걸릴 위험이 매우 높았다. 당시는 이질을 피가 섞인 설사가 나온다고 해서 ‘적리(bloody flux)’라고 불렀다.
앤트먼 교수는 1780년대 영국에 차가 처음 소개되었을 때 산업혁명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인구 밀도가 높아지고, 도시는 점점 더 커지고, 사람들은 점점 더 빽빽하게 밀집되고 있어 사실 이 시기는 사망률이 많이 증가해야 했지만 차의 도입과 함께 물을 끓여 마시게 되면서 놀라운 사망률 감소의 혜택을 누리게 됐다”고 말했다. 18세기에는 물을 끓여 마시는 것의 중요성이 이해되지 않았으나 “1780년대 후반에 영국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차를 마실 수 있게 되면서 이 관행이 빠르게 확산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400개의 영국 교구에서 차가 도입되기 전후의 18세기 사망률을 추적했다. 또한 각 교구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식수의 원천이 흐르는 물인지 고여 있는 물인지도 조사했다.
그 결과 원래 수질이 나빴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서는 차가 들어왔을 때 사망률이 더 크게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그는 밝혔다. “물 자체가 깨끗하거나 오늘날 우리가 마시는 식수의 기준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지만 차 소비를 위해 물을 끓이기 시작하면서 그 큰 혜택을 누리게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앤트먼 교수는 건강 이외의 이유로 세균이 가득한 물을 마시던 습관에서 벗어나 놀랍도록 건강한 변화를 만들어낸 이 사례를 과거의 운 좋은 사례로만 간주하지 말고 거기서 교훈을 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식수 관련 건강 개선을 위한 향후 개입을 고려할 때 “외부에서 문화나 관습을 바꾸려고 하지 않아도 내부에서 스스로 건강한 행동을 채택하게 만들었던 이 사례를 모범으로 삼고 모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4-48827-8)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