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건강 장수인들은 “평생 무리를 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하고 맛있는 음식이라도 과식을 삼갔다. 또 하나 공통점은 몸을 자주 움직이는 것이다. 운동을 하더라도 절대 무리하지 않고 일상에서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건강에 좋은 운동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특히 몸의 변화가 심한 중년 이상은 운동도 절제가 필요하다.
40~60세의 고강도 달리기… 돌연사 일으키는 ‘운동유발성 고혈압’ 위험
국제 학술지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40~60세 중년들이 마라톤 같은 고강도 달리기를 할 경우 심장 돌연사를 일으키는 ‘운동유발성 고혈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문이 실렸다. 한국 연구팀이 운동과 고혈압의 관계를 연구한 기존 논문 24편을 분석한 연구결과다.
운동유발성 고혈압은 평소 정상이던 혈압이 운동 중 급상승한 상태로 수축기 혈압이 남성은 210㎜Hg, 여성은 190㎜Hg 이상이다. 정상 혈압은 120/80 미만, 고혈압은 140/90 이상이다. 이전 연구들을 분석한 결과 전체 인구 가운데 운동유발성 고혈압의 유병률은 3~4%이었지만, 중년 남성으로 좁히면 40%로 크게 늘었다. 특히 마라톤을 즐기는 중년들은 56%가 운동유발성 고혈압으로 나타났다.
달리기는 심폐지구력 등을 향상시켜 건강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마라톤처럼 고강도 운동을 하는 중년 남성은 고혈압 위험이 높아진다. 더욱 큰 문제는 돌연사를 일으키는 심근경색증의 원인인 죽상동맥경화증을 비롯해 부정맥, 심방세동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전 연구들에서도 고강도 달리기를 하지 않는 일반 중년층은 죽상동맥경화증 유병률이 22.2%이었으나 마라톤 등 고강도 운동을 지속적으로 한 중년은 44.3%나 됐다. 심방세동, 부정맥이 생길 위험 역시 일반인보다 5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주일에 3시간 이상 마라톤 같은 고강도 운동을 10년 이상 지속할 경우 돌연사의 주요 원인인 심방세동 위험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의 효과… “혈압 떨어뜨린다” vs “지나치면 독”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운동은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뚜렷하다. 고혈압 환자 뿐만 아니라 주의 혈압, 고혈압 전 단계인 사람에게도 고혈압 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좋은 식습관, 금연, 절주도 혈압에 좋다. 이런 생활습관은 혈압을 내리는 효과가 있다. 약을 먹고 있는 고혈압 환자도 이런 생활을 병행하면 약의 용량 및 개수를 줄이고, 약의 효과를 최대화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면 혈압 조절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모든 운동은 낮은 강도, 적은 횟수로 시작하여 점차 늘려가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개인의 나이와 건강 상태, 신체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스스로 잘 판단해야 한다. 특히 노화가 시작되는 중년 이상은 몸의 변화가 심하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마라톤 등 고강도 운동, 무거운 기구를 드는 근력 운동은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혈압 상태 외에 심장-뇌혈관이 좁아져 있거나 막힐 조짐이 있는지 검사하는 게 필요하다.
중년의 운동은 ‘경쟁’ 피해야… 무리하면 위험에 빠진다
중년의 나이에 친선 운동에서 순위 경쟁에 집착하는 사람이 있다. 우승 상금이 걸린 것도 아니다. 회원들 앞에서 우쭐하는 체력 자랑일 것이다. 등산 모임에서 전체 회원들의 체력을 감안하지 않고 혼자서 앞서가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을 따라가다 보면 무리를 하고 만다. 가슴이나 무릎 관절의 통증이 느껴지는 데도 멈추지 않다가 갑자기 쓰러진다. 평소 증상이 없었던 협심증, 심근경색증이 나타나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산에서 구조 헬기까지 출동하는 사고의 절반이 이런 유형이다. 조금만 절제했더라면 많은 사람들을 고생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중년에 무릎 관절이 망가지면 노년의 일정도 망가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30분-주 5일 이상 중간 강도(옆 사람과 대화 가능)의 운동이 건강에 좋다고 했다. 중년의 운동은 “안전, 또 안전”을 외쳐야 한다. 인생의 금메달이 걸린 것도 아닌데 왜 운동만 하면 무리를 거듭할까?